단비는 어디로...
삼성SDS·LG CNS·포스데이타 등 SI 3사가 격돌한 기상청 슈퍼컴퓨터 2호기 프로젝트 수주전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반적인 IT 프로젝트와 달리 이번 슈퍼컴퓨터 2호기 사업은 시스템의 성능과 안정성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SI 사업자의 역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서버 공급업체나 슈퍼컴퓨팅 전문업체보다 뒷전으로 밀려 자존심을 구길수도 있는 이번 프로젝트 수주전에 주요 SI 업체가 모두 도전장을 던진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서버 공급 이후 유지보수에 대한 권한. 유지보수 비용은 연간 10억원 규모로 현재 기상청은 당초 1호기 때 1년 단위로 체결한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을 5년 장기계약으로 돌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50억원이라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셈이다. 조달청과의 협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지난 1호기 때의 상황을 감안하면 5년 장기계약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기상청이 200여평의 사용 공간에 대한 임차료와 기가비트 2회선 사용료를 기준으로 연간 15억원의 예산을 책정, 슈퍼컴퓨터 2호기를 외부 기관에서 운영토록 한다는 점도 구미를 당기게 한다. 자체 센터를 운영, 아웃소싱 전략을 펼치고 있는 SI 입장에서는 공공기관 특히 슈퍼컴퓨터 아웃소싱 이라는 대어를 낚는 호재를 만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S의 움직임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여름, 삼성SDS는 삼성전자를 위시해 NEC와 서버사업에 관한 협력 관계를 맺으며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에 공조를 합의했다. 과거보다 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서버 사업으로 국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자 한 NEC측에서는 지난 1호기 공급 때 깍인 ‘유지 보수’ 점수를 만회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삼성SDS에게 주관사 자리를 내주었다는 분석이다.
초기에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의지를 높게 보였던 한국HP가 LG CNS와 손을 잡은데에는 다른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LG CNS는 지난해 기상청의 ‘국가기상자료센터’ 구축 관련 ISP를 수행했고, 만약 이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LG CNS와 공조를 취할 경우 한국HP로서도 손해볼 일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포스데이타 경우는 무엇보다 클러스터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이번 기회에 굳히자는 전략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초 서버업체와 컨소시엄을 추진하다 단독으로 방향을 선회한 포스데이타는 최근 BMT용 클러스터 인프라를 늘렸으며, BMT 통과로 기술력을 입증받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18일 입찰제안서가 마감된 기상청 슈퍼컴퓨터 프로젝트는 업체들이 제출한 서류와 실제 성능(추정치)간 오차를 조사하는 벤치마킹테스트(BMT)가 한창 진행중이다. 포스데이타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는 본사의 시스템을 원격으로 연결해 애플리케이션별 성능 테스트를 벌이고 있으며, 기상청은 늦어도 이달중에는 실사를 끝낼 계획이지만 상황에 따라선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