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동력]끊어진 `IT 가치사슬` 다시 잇고 다시 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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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호조에도 불구, 내수 경기 침체로 잔뜩 위축된 IT산업에 새로운 탈출구 모색이 활발하다. 구세주로 등장한 게 바로 IT신규서비스다. CDMA와 초고속인터넷 이후 한동안 신규 서비스 도입이 중단된 공백을 다시 채워보자는 시도다.

신규서비스는 IT산업 피라미드의 맨 윗단에 있으면서 IT산업 전반을 이끌어왔다. CDMA가 대표적이다.

CDMA도입 이후 국내 휴대폰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고, 장비와 콘텐츠산업도 활성화했다.CDMA 관련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서비스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EVDO 등 신규 서비스에 재투자했고 더 많은 이익을 거뒀다.

2년 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CDMA와 초고속인터넷 인프라가 거의 확충되고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사업자들은 일부 보완 투자 외엔 마케팅에만 전념한다.신규 투자 수요가 없으니 후방산업계로선 ‘죽을 맛’이다.

이렇게 된 데에 정책당국도 거들었다. 당장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보다 먼 훗날의 성장 동력 찾기에만 골몰했다. 정보통신부의 9대 IT신성장동력,과기·정통·산자의 10대 차세대성장동력 발굴이 그것이다.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이야 아무리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련만 당면 현안을 무시했다.

지상파 디지털TV정책은 되레 거꾸로 갔다. 일찌감치 막강한 IT성장동력으로 여겨졌던 DTV가 소모적인 전송방식 논쟁으로 1년을 까먹었다. 참여정부 1년의 IT정책도 이러한 이유로 평가 절하됐다.

이에 대한 반성인 지 정책 당국의 태도가 올해 달라졌다.정통부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IT신규서비스 활성화를 주창하고 나섰다. 이른바 ‘신성장 광대역 IT 추진전략’이다.

당장 산업에 미칠 효과가 큰 8개 서비스를 선정해 올해 도입을 활성화하고 육성하겠다고 전국민 앞에서 약속했다.

2.3기가 휴대인터넷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홈네트워크서비스를 비롯해 텔레매틱스,전파식별(RFID) 등 5개 서비스의 도입을 앞당기기로 했다. WCDMA와 지상파DTV,인터넷전화(VoIP) 등 이미 서비스중인 3개 서비스의 경우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조기에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지난 25일 진대제 장관이 SK텔레콤과 KTF 사장과 만난 것도 지지부진한 사업자의 투자 독려를 통해 WCDMA서비스를 조기에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난관은 많다. 정부가 사업자들에게 투자를 강제로 이끌어내던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규제권을 쥔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으나 투자를 결정할 때엔 오로지 주주만 바라본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사업자들은 이러한 투자의 어려움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해졌다. 바로 ‘당근’이다. 사업자들로 하여금 시키지 않아도 투자하게끔 만드는 촉진책이다.

정책당국도 신규서비스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 자연스레 투자를 유도하는 고도의 전략을 적절히 구사해야 하는 입장이다. 정책 당국자들도 이러한 상황 인식에 동의한다. 김창곤 정통부 차관은 “IT선순환 구조를 만드려면 수요를 이끌어내는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라면서 “정부가 억지로 떠밀 수는 없고 시범서비스 등 새로운 투자 방향에 대해 돌파구를 마련해 기업의 책임있는 투자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의 IT정책에 IT신규서비스 활성화가 우선 순위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진대제 장관은 지난 22일 기간통신사업자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중 투자에 장애가 되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 또는 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무슨 당근을 줄 것이냐다.

사업자들은 공통적으로 ‘컨버전스(융합)서비스’를 꼽는다. 사업자들은 기존의 규제정책이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통신과 금융 등 각종 융합 서비스의 활성화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이용경 KT사장은 “IT산업의 근간인 정보통신사업을 발전을 위해 서비스 번들링과 유무선 통합이라는 시장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는 이용자 편익을 높일 뿐만 아니라 통신 산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유연한 규제는 정통부 1개 부처만의 힘으론 불가능하다. 통신방송 융합서비스는 방송위원회와,통신금융 융합서비스는 재경부 등 금융 당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부처마다 다른 관점으로 인해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 정통부 내부에서도 공정경쟁과 IT산업발전이라는 자칫 상충되는 정책 목표를 합일시킬 수단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심행정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으나 최근 단행된 특소세 한시적 인하를 보면 획기적인 정부부처간 정책 공조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 경제의 축이 IT산업이며 이 IT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선도 서비스를 적극 발굴,육성해야 하고,이를 위해선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범 정부 차원의 공감대 형성만 이뤄지면 새로운 IT정책은 힘을 받게 된다.

정통부가 제시한 8대 서비스 가운데 파급력이 가장 큰 서비스가 방송분야다. 전국민이 대상이며 당장 다가갈 수 잇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DMB서비스의 경우 지상 중계기를 비롯해 단말기 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지상파DTV 역시 제대로 활성화하면 HDTV는 물론 방송장비,콘텐츠 분야에 막대한 산업 파급 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방송위,정통부,문광부 등 정책 당국이 앞장서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전송방식 논란도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WCDMA,휴대인터넷,홈네트워크서비스,인터넷전화,텔레매틱스,RFID 등 통신 기반의 신규 서비스도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보급에 들어갈 전망이다.정통부가 사업자 선정,투자 유도,관련 표준화 및 주파수 할당,제도 개선,핵심부품 개발 계획 등을 조기에 명확히 함으로써 사업자는 물론 후방산업계가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우리나라가 미래에도 IT강국으로 남아 있으려면 광대역통합망(BcN)과 U-센서네트워크,IPv6 등 IT인프라를 어느 나라보다 먼저 구축해야 한다.사실상 구축작업은 민간 기업의 몫이다. 정부로선 민간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필요하다.

정부가 이렇게 해줄 수 있는 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바로 신규서비스를 얼마나 조기에 활성화시킬 수 있느냐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