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IT업체들 체질 개선 바람

제2창업 수준 조직 쇄신

 한국IBM·한국HP·한국후지쯔·한국MS·한국EMC 등 주요 다국적 IT기업들이 대대적인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올들어 제2 창업 수준의 대규모 조직 개편은 물론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공룡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경기침체로 시장이 크게 축소되고 있는데다 기업별로 과거 특화된 분야에서 IT 전분야로 사업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면서 완전 경쟁 체제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전열을 정비한 각 업체들의 변화된 조직력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력을 나타내느냐에 따라 국내 IT시장구도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한국IBM의 경우 토니 로메로 신임 사장 부임 한 달여 기간이 지난 현재 일부 인사 및 조직 개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외국인 지사장에 이어 외국인 재무담당임원(CFO)이 새로 임명돼 본사의 한국 지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철저히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또 그간 전략적으로 강화해온 비즈니스파트너(BP)사업 총괄역에는 이장석 상무(이머징마켓팀)가 새로 선임됐다. 업계 관심사항 중 하나였던 공공사업부 존폐문제는 존속으로 가닥을 잡되 제품사업부나 파트너사를 통한 간접 매출 발생을 꾀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토리지사업본부는 통합 스토리지 솔루션 출시를 계기로 스토리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영업 인력이 두 분야를 망라해 영업을 하는 것으로 개편됐다.

 컴팩 합병 3차연도를 맞는 한국HP(대표 최준근)도 오는 5월 1일을 기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한다. 한국HP의 조직개편은 본사 차원에서 추진한 움직임과 맞물려 진행되는 것이지만 올해가 메인프레임 윈백 등 한국HP의 중요 전략을 현실화시키는 한 해라는 점에서 조직 세트업 방향이 주목받고 있다.

 달라지는 한국HP는 기존 ESG(시스템사업)와 HPS(서비스사업) 등 2개 핵심 그룹을 ‘헤쳐 모여’ CSG(고객솔루션그룹)와 TSG(기술서비스그룹) 체제로 운영된다. CSG는 한국HP 내 모든 영업 인력을 합한 조직으로 한국HP는 ‘고객이 단일한 창구를 통해 HP를 만날 수 있도록 한다’는 체제를 만들 계획이다. CSG는 엔터프라이즈·SMB·공공 등 3개 분야로 구성되며 파이낸셜서비스그룹(HFSK)이 포함된다. TSG는 ESS·C&I·CS·MS·SW 등 5개 조직으로 구성, HP 엔터프라이즈 제품 및 서비스, 컨설팅 조직이 포함된다. 특이한 점은 CSG에 SMB 조직이 설립되지만 SMB 사업 총괄은 기존 퍼스널시스템그룹(PSG)에서 맡는다는 점이다.

 2004 회계 연도가 시작되는 4월 1일부로 ‘영업·플랫폼·SS그룹’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한국후지쯔(대표 윤재철)는 그야말로 제2 창업 분위기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한국후지쯔는 이번 조직 개편을 단순히 조직의 외형을 바꾸는 것이 아닌, 모든 조직을 ‘수익 창출’ 집단으로 개선하기 위해 채질 변화와 경쟁력 향상을 꾀한다는 각오다.

 손영진 사장 체제로 바뀐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매출 확대라는 지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연이은 승진 인사 발표로 내부 추스르기에 주력하고 있다. 통신사업부문장이던 오승범 상무를 전무로 승진 발령, 기업고객사업부를 맡게 했으며 마케팅 총괄이던 류재성 상무도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일반고객사업부를 겸임토록 했다. 또 공공사업부문장으로 한국IBM 출신 홍경진 상무를 영입했으며, 이사 승진 7명을 포함해 30명에 달하는 대규모 승진 발령을 냈다. 이는 손영진 사장이 취임시 밝혔던 4000억원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한국MS는 지난 3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조직 분위기를 바꾸는 작업을 우선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유니시스·한국썬·한국EMC도 조직을 새롭게 가다듬고 있다. 최근 자사 블루프린트 전략(3DV)을 소개한 한국유니시스는 서비스 및 컨설팅 업체로 비전 실현을 위해 전체 직원의 절반 수준을 컨설턴트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며, 한국썬은 시스템엔지니어링그룹과 서비스그룹을 통합하는 등 7월 회계 연도 시작에 맞춰 조직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 한국EMC는 총판 체제를 지원하기 위한 파트너관리 역할을 강화했으며, 경쟁사분석팀·제품 및 채널 마케팅 지원팀 등을 신설하며 치열한 시장 경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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