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자존심 IT로 업그레이드

검증된 PI시스템 우선 도입

 대형 중앙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정보시스템 투자 환경을 가진 주요 지방은행들이 IT 업그레이드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중앙 은행의 차세대(신) 시스템 프로젝트의 추이를 주시해 왔던 지방은행들은 최근 들어 빅뱅방식의 대단위 차세대 프로젝트보다는 단위 시스템을 중심으로 IT투자와 표준화된 프로젝트 관리를 통해 업무 효율성 제고를 꾀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시스템은 업무혁신(PI) 시스템을 비롯한 모바일뱅킹 시스템 등으로 상당 부분 중앙은행을 통해 도입효과가 검증되고 있는 것들이다. 특히 오는 하반기부터는 중앙은행에 흡수된 광주·경남 은행, 제주 은행 등도 금융지주회사의 차세대 전략에 따라 시스템 통합 작업이 불가피해져 이를 위한 후속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주될 것으로 기대된다.

 ◇풀뿌리 은행의 명성, IT로 이어간다=지방은행 가운데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등 지주회사에 편입된 은행을 제외하고 독자적인 IT투자에 나서고 있는 은행들로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꼽힌다. 특히 두 은행은 정보 컨설팅은 물론 IT 프로젝트에도 공조체계를 구현, 시너지 효과 창출을 꾀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구은행은 행차원에서 최대 규모인 약 100억원을 투입, 후선업무 집중화를 포함한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온 대구은행은 이달말 삼성SDS·쌍용정보통신·한국후지쯔 등 3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자 선정에 나서 오는 8월부터 단계적인 시스템 가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이달 말 금융IC카드 및 모바일뱅킹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자를 선정, 5월부터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대구은행은 지난해 LG CNS를 통해 성과관리 시스템을 구축, 각 행은 물론 사업본부·부서·영업센터 별로 핵심평가지표(KPI)를 통한 성과·경영관리 체계를 구현했다.

 부산은행도 최근 딜로이트와 함께 진행된 컨설팅이 마무리된 만큼 이번 주중 BPR 사업을 발주할 예정이다. 부산은행은 또 프로젝트의 정량적인 관리를 목표로 지난 1월부터 진행중인 ‘소프트웨어프로세스개선(SPI)’ 사업을 오는 10월부터 전사 적용에 나서 프로젝트관리, 개발 방법론, 프로세스 관리 등의 표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부산은행은 제일은행의 사례를 참고해 CMM 인증 획득을 추진해 이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지주회사 편입에 따른 시스템 변화=금융지주사의 지방은행 인수는 해당 지방은행의 정보시스템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에 편입된 광주·경남 은행은 오는 9월 우리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이 개통되는 대로 이 시스템과 전산통합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이 메인프레임 기반이라는 점에서 유닉스 환경의 광주은행의 경우 메인프레임으로 회귀도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재해복구(DR) 센터를 구축한 제주은행도 신한금융지주에 편입되면서 신한금융그룹의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 컨설팅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이미 메인프레임 환경을 구현했던 제주은행도 향후 신한이 유닉스 환경을 채택할 경우 시스템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과 과제=중앙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IT 예산이 적은 지방은행은 그동안 중앙 은행의 행보를 지켜보며 투자규모와 적용 범위를 조율해 왔다. 아직은 이른바 차세대 정보시스템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상당수 중앙은행의 전략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PI 등 중앙은행의 도입효과가 검증되고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투자를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차세대 프로젝트도 올해 내부 전략과 타당성 검토에 착수한다면 내년부터 구체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진행중인 IT 부문 공조는 지방은행간 현실적인 상생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두 은행은 상호 프로젝트에 대한 벤치마킹은 물론 DR센터의 공동 구축 및 활용 등을 통해 IT 투자의 리스크 관리와 효율성 증대를 꾀하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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