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미국을 방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과의 회동을 갖기로 했던 노성대 방송위원장이 18일 저녁늦게 돌연 방문일정을 연기해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줘 방송계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노 위원장은 18일부터 열흘간 미국 FCC와 캐나다 방송통신위원회(CRTC)와 협력강화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부터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선진국의 사례를 알아보기 위해 추진됐던 것으로 약 1달전 최종 방문일정이 확정됐다. 특히 FCC위원장은 접견이 매우 어려운 인사임에도 노 위원장과의 접견이 잡혀 시급한 방송통신위 설립 추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모았다.
노 위원장은 그러나 국내 정치적 갈등에 의해 방문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고 한다. 방송위 한 관계자는 최근 탄핵 관련 방송의 편파 시비로 방송위의 역할에 대해 정치권으로부터 비판을 받자 갑자기 해외 출장을 연기했다며, 18일 오전 조순형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방문일정 연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18일 “탄핵 정국 관련 불공정 보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방송위가 지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위원장이 국회 출석에는 응하지 않고,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가 있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의 미국 방문과 대통령 탄핵은 별개의 문제다. 방송위는 9인 위원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탄핵 관련 방송심의에 대해서는 방송위 산하 심의위원회의 별도 심의과정이 있으며, 방송위 상임위원 5인 중 엄연히 심의담당 상임위원이 있다. 더구나 위원장은 심의절차와 행정절차에 대해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9분의1의 의결권만을 가진다.
노 위원장이 정말 정치적 상황에 미국 방문일정을 연기했다면 상당한 악수를 둔 셈이다. 외국 정부와 약속한 외교적 방문을 일방적으로 연기함으로써 우리 방송위의 대외적 신뢰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방송위 한 직원은 “총리의 허가도 떨어졌던 방문일정인데, 일방적으로 연기를 결정해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고 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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