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사회·정치·경제·문화·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21세기를 이끌 가장 중요한 원동력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산업과 수출에서도 주류를 이루고 정보의 생활화가 보편적이 되어가면서 IT가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그리고 2003년 IT 대통령이 참여정부를 출범시키면서 이러한 기대는 점점 증폭되어 왔다.
그래서 대통령이 IT 환경을 기반으로 정부 개혁의 기치를 다질 때 국민들은 경제의 어려움까지도 감수해냈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IT를 매개로 변해가는 정부·사회·정치의 모습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디지털 청와대를 구축해 가면서 정부혁신의 용도로 정보화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대통령의 관심으로부터 우리나라는 IT 미래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4년 3월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국가가 중심을 잃어버린 것이다. 대통령은 관저에 들어 앉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자연인으로 변모해 버리고 관계자들을 불러 이야기를 듣고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수준 이상의 것은 할 수 없게 돼버렸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비난하기 이전에 국민의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어려울 때마다 슬기롭게 대처해 왔고 위기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지혜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번 난국도 어찌보면 국민의 화합을 통해 국민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특히 IT의 발전이 표류하지 않고 여전히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와중에서 대통령 자문기구인 전자정부전문위원회 같은 조직은 지난 주말에 모임을 갖고 현재의 난국을 딛고 일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국가 안정과 발전을 위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자정부의 구축과 정보화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속돼야 한다는 명제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결정이 평범한 것이 되기를 바란다. 공무원은 평상시의 업무에 만전을 기하고, 학교는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기업인들은 기업 현장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보화된 분야에서 시스템이 움직이는 영역은 한치의 동요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뚜기는 아래 부분에 무게 중심이 있어 쓰러지지 않는다. 혹시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이런 무게 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들여다 보면 무게 중심이 밑바닥에 없어도 설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물체가 전체적으로 무게의 균형을 잡고 있으면 설 수 있는 것이다.
IT는 무게 중심이 없는 오뚜기도 잃어설 수 있도록 이미 정부와 사회 모든 분야에서 균형의 역할을 굳건히 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균형의 역할은 미래에 전개될 IT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속에까지 깊이 스며들 것임을 예고하는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 탄핵 정국인 지금 우리나라의 형편은 갑자기 무게 중심을 잃어버린 오뚜기와 같다. 전체의 균형으로 서기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해 대통령 탄핵으로 생긴 공백을 메워야 할 것이다. 안정과 협조 속에서 중심이 회복될 때까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난국에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정부·사회 각분야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IT인들이 앞장설 수 있었으면 한다.
나아가서는 ‘무게중심이 없는 오뚜기’도 설 수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 ‘대통령 유고시에도 IT 강국의 국민들은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모습과 의지가 전 세계 만방에 표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tmchung@ece.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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