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MD 범용칩 진영, 갈 길 다른 동반자

다국적 메이저업체들 아이테니엄 확산 합심

 인텔의 아이테니엄, AMD의 옵테론. PC의 CPU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인텔과 AMD가 기업용 서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히든 카드로 내놓은 칩이다. 기업용 서버 시장의 강자인 유닉스 시스템 제조 업체들이 각사 고유의 아키텍처로 설계한 전용 칩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구분해 아이테니엄과 옵테론은 범용칩 진영으로 불린다.

 두 진영의 공동 목표는 물론 유닉스 진영의 아성을 깨트리는 것. 기업용 서버 시장에서의 연착륙이라는 공통된 과제를 안고 있지만 두 업체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두 업체가 국내에서 아이테니엄과 옵테론 전략을 본격 가동한 지 1년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인텔측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AMD 옵테론 서버가 국내 시장에서 안착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 멀다는 지적이다.

 ◇AMD 세 확산 늦어=인텔과 AMD 모두 직접 서버를 제조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하드웨어 업체들이 각사의 칩을 얼마나 채용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결정난다. 3월 초 현재 한국HP,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국내 다국적 8대 메이저 서버 업체들이 인텔의 아이테니엄 칩을 탑재한 시스템을 주력 제품으로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화이트 박스 업체들도 이 진영에 포함된다. 여기에 디지털핸지, 나노베이커뮤니케이션즈 등과 같은 인텔코리아의 채널도 더해진다.

 반면 옵테론의 경우 이제 막 진용을 갖추고 있는 형국이다. 작년 말 LGIBM이 e서버라는 이름으로 옵테론 서버 제품을 출시했고 최근 한국썬이 ‘썬 파이어 V20z’를 선보였다. 한국HP가 이달 중순부터 ‘프로라이언트 DL145·585’를 국내에 공급한다. 시스템 공급 업체의 숫자 측면에서 인텔이 앞설 뿐 아니라 각사가 공급하는 제품의 종류에서도 AMD는 훨씬 뒤져 있다.

 그나마 최근들어 AMD 진영도 외형적으로는 나름대로 세를 확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AMD 서버를 공곱하는 업체들조차도 옵테론 전략을 ‘계륵’에 비유한다.

 다국적 서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솔루션 지원이나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옵테론을 기업용 시장으로 정조준해 영업에 주력하긴 어려운 상태”라며 “다만 특정 영역에서 옵테론이 보이고 있는 위력을 고려할 때 무시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틈새 수요에 머문 옵테론=아이테니엄은 DB와 같은 미션크리티컬한 업무에 사용되고 있는 유닉스 서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아이테니엄은 KT를 비롯해 하이마트·대우조선·현대자동차·우리은행·롯데카드·부산대·숙명여대·인하대·삼성종기원 등에 공급되면서 수요처가 늘어나고 있다. 용도도 DB서버를 비롯해 학사행정·ERP 등 기업의 주요 업무용 서버로 이용되고 있다. 용량도 32웨이급 이상의 하이엔드 서버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비해 옵테론은 시장 자체가 ‘틈새’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옵테론과 궁합이 가장 맞는 분야로는 클러스터 기반의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이 꼽힌다. 최근 고등과학원(KIAS)이 145개 옵테론 CPU를 사용한 클러스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나, 이파워게이트 및 LGIBM 등의 업체들이 기상청 슈퍼컴퓨터 2호기 프로젝트로 옵테론 칩 기반의 대형 클러스터 시스템 제안을 준비하고 있는 점 등은 이같은 분석과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빠른 연산이 필요한 고성능컴퓨팅이나 게임 분야 등지에서 옵테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기간 시스템 분야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MD코리아의 지원 미약=시장 확산의 열쇠를 쥐고 있는 AMD코리아의 지원이 인텔코리아에 절대적으로 못미친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인텔코리아는 한국HP나 한국유니시스처럼 대형 서버 업체들이 아이테니엄 서버를 전략적인 제품으로 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지원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특히 인텔코리아가 디지털핸지나 나노베이 등 소수의 핵심 파트너사를 키우는 전략은 주목할 만하다.

 이와 비교할 때 AMD코리아의 서버 지원 전략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옵테론의 공급 업체인 이슬림코리아가 대만 업체를 통해 지원받고 있다는 점은 ADM코리아의 지원 전략 수준을 웅변해준다.

 이에 대해 AMD코리아측에서는 “본사나 지사 차원의 서버 시장 전략이 경쟁사에 비해 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래도 올해부터 옵테론 서버를 공급키로 한 업체들과 공동 마케팅을 강화하고 내부 조직도 정비하는 등 서버 사업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답했다.

 옵테론 서버를 공급하는 한 업체의 임원은 “옵테론이 일부 분야에서지만 인텔을 긴장시킬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사실인 만큼 해볼 만하다”며 “그러나 이조차 성공하려면 현지 지사 차원의 서버 전략이 제대로 가동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