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DTV는 고화질이어야 한다

전세계 각국은 수년 내에 현재의 아날로그 방식의 TV 전송을 종료하고 디지털 TV로의 완전 전환한다는 계획하에 나라별로 크게 미국식, 유럽식으로 대별되는 두 가지 전송 방식을 선정해 디지털 TV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TV 방송이 시작되면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에 비해 화질과 음질이 크게 개선되어 집에서 영화관 수준의 고화질 방송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양방향 통신 기능, 주문형 비디오 기능 등 수많은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휴대 전화기나 차량 탑재 카 내비게이션 장치 등을 통한 TV 방송의 이동중 수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어 TV가 종래의 뉴스, 스포츠, 오락물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단순 전달하는 정보 전달매체에서 TV 와 PC, TV와 휴대 전화기 등이 융합된 한층 진화된 모습으로 발전하여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500개 정도의 수직 해상도를 갖는 아날로그 TV를 대체할 차세대 TV의 개념은 일본이 60년대 말에 수직 해상도를 2배 정도 키운 고선명 TV 개발 계획을 발표한 것이 효시였으나 아날로그 기술에 바탕을 둬 여러 결점이 지적됐다. 이 때문에 80년대 후반에 디지털 기술에 바탕을 둔 미국의 ATSC 방식이 새 표준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이어 유럽에서 독자적으로 DVB 방식이란 표준을 만들게 되면서 디지털 기술에 의한 고선명 TV 방송을 실현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두 방식 모두 지상파 TV 방송의 고정 수신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어서 최근에 요구되기 시작하고 있는 이동 수신 기능은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서 유럽의 디지털 오디오 방송 혹은 데이터 방송을 이용하려는 DVB-H, 미국의 휴대 전화망 이용, 혹은 전송방식을 아예 이동 수신까지도 염두에 두고 새로 개발한 일본 등 각각 지역이나 국가의 특성에 맞게 개발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찍 DTV의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결정한 우리나라의 정통부는 이동 수신이 가능한 유럽식으로 바뀌어야 된다는 일부의 요구 때문에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귀중한 시간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방송사, 방송장비 메이커, 수상기 메이커 등 관련 산업이 입는 기회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있으며, IT 강국으로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DTV 분야에서는 후발국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디지털 방송은 시청자에게 풍부하고도 유익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새로운 차원의 고화질과 음향으로 제공하고, 동시에 시청자가 요구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신속히 제공할 수 있는 최적 방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청자들은 최상의 서비스에 관심이 있지 전송방식이 어떤 방식인가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싶다.

 카세트 테이프가 CD로 또 VCR가 DVD에 자리를 내준 것은 조작의 편의성도 있지만 보다 개선된 음질과 화질 때문이듯 엄청나게 진보한 디지털 정보통신 및 디스플레이 기술에 의해 얼굴의 솜털까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고화질 TV 방송이 가능함에도 이를 현재의 아날로그 TV 수준의 화질을 갖는 방송을 DTV로 제공한다면 생동감이 넘치는 고화질 방송을 즐길 시청자의 권리를 빼앗아 가는 셈이 된다. 고화질 효과는 50인치 이상 크기의 대형 수상기에서만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전 매장에 가서 30인치 크기의 일반 TV와 HDTV를 이용하여 고화질 HD 방송을 틀고서 화질을 비교하기를 권하고 싶다.

 또한 수천만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DTV의 이동 수신 기능도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전송 방식이 고속 주행시 시청이 가능하고, 수신기가 소형화될 수 있고, 소모 전력을 적게 할 수 있는 방식이 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의 DTV는 고화질의 방송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제공되어야 한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식, 유럽식 모두가 이미 10년이 넘는 오래 전의 기술에 바탕을 둔 전송 방식이어서 미래의 다양한 시청자의 요구를 모두 들어 주기에는 어느 방식도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보완 내지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목전에 닥친 DTV 방송의 전송 방식을 하루 빨리 결정하여 추진하게 함으로써 일반 시청자와 산업계가 입을 불편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서울공대 컴퓨터공학부 황기웅 교수 kwha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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