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를 크게 볼 수 있는 렌즈는 언제쯤 개발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이미 AD 1세기경 그리스에서 유리에 물을 채워 글자 위에 놓는 경우 크게 확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이 때부터 인류는 벼룩, 이, 개미와 같이 그 신체부위가 1밀리미터(10-3미터)보다 작은 물체를 크게 확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여러 렌즈를 조합한 광학현미경은 네덜란드의 1595년 얀센 부자가 처음 발명한 후 계속 발전돼왔는데 이제는 박테리아와 같이 크기가 약 1마이크로미터(10-6미터)인 아주 작은 물체를 관측할 수 있게 됐다. 1931년 독일의 루스카는 전자의 회절 원리를 이용한 전자 현미경을 처음으로 발명했고 이제는 바이러스, DNA와 같은 1나노미터(10-9미터) 크기의 물체를 관측할 수 있게 됐다.
18세기 이후 전개된 엔진 발명에 의한 동력 개발로 인간은 단순 노동에서 해방되며 산업 혁명을 이룩했다. 20세기 들어 과학자들은 물체의 구조를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원자력을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견, 진공관, 반도체, 레이저 등의 발명을 통해 에너지, 통신, 정보의 혁명을 이룩했다. 그리고 DNA 구조의 이해를 통해 생명공학의 혁명을 이루게 됐다.
그동안 이룩한 과학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물체의 미세 구조를 현미경으로 직접 들여다볼수 있는 욕구를 느끼기 시작했다. 기존의 현미경 보다 훨씬 미세한 물질의 구조를 볼 수 있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1981년 로러와 비닉은 0.1나노미터 크기의 원자를 관찰할 수 있는 주사형 터널링 현미경을 발명했다. 예상치 못했던 이 현미경의 발명으로 인류는 나노기술이라는 새로운 과학기술 분야를 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나노 기술은 언제 처음 예측되었을까? 주사형 터널링 현미경 발명 이전인 195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파인만 교수는 우리에게는 여러가지 도전해야 할 새로운 과학기술 세계 중 하나가 나노 세계라고 예측했다. 그는 원자와 분자들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면, 아주 새로운 기술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과학기술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누구건 약 0.5밀리미터 정육면체 부피의 움직이는 모터를 만들거나, 못의 머리에 브리태니커 대영 사전의 정보를 넣는 사람에게 각 1000불의 상금을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모터는 바로 다음해에 한 기술자에 의해 만들어졌고, 두번째 기술은 1985년 스탠퍼드 대학의 한 대학원생이 찰스디킨스의 소설의 한 페이지를 전자선빔으로 1/25,000로 줄여 기술의 성취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나노 세계에서 물질은 여러가지 새로운 특성을 갖는다. 먼저 크기가 작아질수록 물체는 그 강도가 증가한다. 둘째, 아주 작은 물체는 화학적 반응력이 높아진다. 셋째 나노 세계에서는 전기 저항이 작아지고 거시 세계와 다른 전기적 현상을 갖는다. 이러한 나노 세계의 물체 특성을 잘 이용하겠다는 과학기술 영역이 나노기술이다.
사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현대 기술의 결과물들이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열효율이 낮은 자동차는 대기를 오염시키고, 불완전한 컴퓨터는 계산은 잘하지만 선택과 판단에는 적합하지 않고, 많은 전자 제품은 본래 기능 이외에 열을 배출하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특정한 병을 치료하고자 복용하는 약의 부작용으로 다른 부위가 나빠지거나 우리 몸 전체가 해를 입기도 한다. 자연계의 식물은 태양에너지와 이산화탄소만으로 지구상의 모든 동물의 식량을 생산할 때, 우리 인류는 아직도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나노 세계에서는 원자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어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획기적인 기술을 인류에게 줄수 있다. 새로운 나노 재료를 개발하고, 생명과학의 신비를 풀어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전자 소자를 개발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아무리 낙관적으로 해도 빗나갈 때가 있다. 그러나 너무 안이하게 준비해서는 실패하기 쉽다. 과학기술의 발전 역사를 정확히 이해하고, 현재의 기술을 옳게 평가할 때 인류는 나노 신세계를 열 수 있을 것이다.
국양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ykuk@phy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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