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포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발간한 ‘2002 게임 백서’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2002년의 13.3%에서 2005년에는 17.8%의 성장을 예측했는데, 이는 모바일·비디오 게임이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 데 비해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시장의 포화란 말을 실감하게 한다.
2003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돌이켜보면, 한정된 국내 온라인게임 인구를 두고 편중된 장르의 수많은 유사 게임이 난립해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곧 PC방 서비스 가격 인하, 무료 게임 확산, 마케팅 비용 급상승 등으로 이어져 결국 게임 업체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온라인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점과 더불어 2004년에는 다수의 국내외 대형 온라인게임이 선보일 예정이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대형 개발 업체를 포함해서 중소 규모의 게임 개발 업체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해답은 바로 수출에 있다. 최근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186개 국내 게임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3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게임 업체의 전체 수출액은 지난해 1080억여원보다 약 75%가 늘어난 1887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형 게임 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향한 공략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게임 수출이 가진 잠재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국가의 인터넷 인프라 현황과 온라인 사용 인구, 온라인게임 사용자수 등의 통계만을 믿고 성급히 수출을 서둘렀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는 중국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무한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진입했던 국내 업체들이 뜻밖의 복병을 만나 고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제점을 살펴보자면 첫째, 수출 대상 업체에 관한 정보를 얻기가 까다롭다. 수입을 희망하는 업체가 제시한 회사소개서 정도 말고는 그 업체를 한두 차례 방문하는 것만으로 수출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둘째, 수출 계약에 대한 표준 양식이 없어 수출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 초기 계약서를 작성할 때 빠뜨리는 요소가 생겨 나중에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일본과 중국, 동남아의 경우 국내 게임들이 비교적 많이 진출해 있어 해당 국가의 시장 정보가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지만 여전히 미약한 편이며 다른 지역의 경우 거의 전무하다. 넷째, 국내 게임 개발 업체나 퍼블리셔가 서로 유사한 게임만을 선호한 결과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이 해외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앞서 제시한 네 가지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한다면, 먼저 국내 게임 업체들 간의 긴밀한 협조를 꼽을 수 있다. 지금처럼 업체간 대화가 물밑에서만 오갈 것이 아니라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경쟁자이자 동반자로서 더욱 잦은 공개적·체계적 교류가 필요하다.
둘째, 국가 혹은 관계 기관에서 게임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게임 수출에 사용되는 표준계약서 양식을 제작·배포해 계약서 약관 문제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내 업체를 보호해야 한다. 셋째, 관련 기업들 간의 국제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국제적인 전시회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이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의 패권을 계속 유지해가기 위해서는 개발사나 퍼블리셔들이 모두 전문화되어야 한다. 전문화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끼리 과당 경쟁을 벌이다 출혈이 지속돼 자멸에까지 이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지금까지와 달리 애초 기획 단계부터 수출 대상 국가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해외 시장용 제품을 가지고 접근하는 방식과 같은 시도가 병행된다면 더욱 활발한 수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한얼소프트 도현우 사장 ceo@haneol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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