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새로 출범한 제2기 방송위원회는 지금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듯 하다. 눈앞에 놓은 현안들이 결코 만만치가 않고 하나하나가 모두 전체 방송 구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가톤급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방향을 짐작하기 어렵게 돌아가는 디지털 전송방식의 문제에서부터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 뉴미디어 분야에서의 소유제한 완화 및 공정 경쟁 체제 구축과 동시에 영상 산업의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 중에서 유료방송 시장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국내 방송 시장은 케이블TV, 중계유선, 위성방송 등 여러 사업자가 공존할 수 있는 크기가 되지 못한다. 위성방송이 후발 업체로 등장하지 않았으면 문제는 없겠지만 어쨌든 생겨났고 이미 시장에서 행위자로 움직이고 있다.
중계유선은 그 역무의 한계 및 본래 사업취지와 이미 거리가 있어 점차 소멸될 것으로 보아 결국 유료방송 시장은 케이블TV와 위성방송으로 대표되어 질 것이다. 적어도 정책 당국자의 시각에서 볼 때는 문제의 핵심이 지금 어느 사업자가 더 많은 가입자를 갖느냐 마느냐가 아닐 것이다. 동일한 콘텐츠로 동일한 소비자를 놓고 경쟁할 때 발생하는 경쟁 시장에서의 결과는 가격 경쟁이 가장 확실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밖에 없고 이미 그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서 우려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 수용자 복지 향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다. 즉, 덤핑시장의 최종 피해자는 1차적으로는 사업자가 도산하겠지만 그 다음에는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당국의 정책과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기업의 경제 활동에 대해 당국이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니다. 철저히 시장 자율에 맡겨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여 나가도록 하는 게 최상이다.
그러나 방송 시장은 처음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됐고 사업자 선정 및 사업 구도 획정 등 철저히 정부 정책에 따라 형성되었기에 당국의 조정, 감독 기능이 필요하다. 그래서 방송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해볼만 할 것 같다. 케이블TV 지역방송국 사업자(SO)는 사업 성격 자체가 방송 쪽 보다는 통신에 가깝다. 이미 상당수의 SO 사업 내용은 영상 사업보다는 통신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전환이 되고나면 확연하게 사업내용이 달라질게 분명하다. 지금은 영상서비스 사업을 위성방송과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향후 SO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 즉, 비디오 말고도 위성방송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신규 사업이 점차 늘어 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위성방송은 양방향성에 제한이 있어 고화질, 다채널 제공 말고는 다른 영역에서의 사업을 할 게 거의 없다. 물론 단말기 개발에 따른 이동성을 부여하는 것도 결국은 비디오 사업일 뿐이다. 지금 SO가 굳이 비디오 시장 + 부가사업을 모두 차지하겠다고 위성방송을 몰아 부치는 것은 어쩌면 역으로 향후 방송시장에서의 위상 약화를 염두에 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동시에 통신 쪽으로 행보를 빨리하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기존 시장을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다면 SO가 규모화하고 대규모 투자를 통한 통신 사업자 위주로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나가도록 정책적으로 퇴로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지금처럼 한정된 영상시장을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아도 될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위성방송은 방송 사업자로서 자리를 잡게 되고 케이블TV는 통신 시장으로 진출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과 함께 줄어든 영상시장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지역민방 문제도 지금처럼 지역 SO의 채널 편성권 행사에 묶이지 않고 위성을 통해 전국방송으로 본격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여 진다. 언젠가는 시장 논리에 따라 이렇게 시장이 구분되어 질것으로 예상하지만 정책 당국은 멀리보고 적시에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고 시장을 건전화 시키는 첩경이라 본다.
◆ 김달진 한국방송광고공사 전문위원 e-pa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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