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요구 수준 갈수록 높아져 `고심`
통신네트워크장비업계가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의 높아진 기술요구 수준을 맞추는데 비상이 걸렸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실시된 KT의 주요 장비성능평가(BMT)에서 대부분 업체가 한두차례씩 고배를 마시는 등 기술평가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업계가 이에 대한 ‘눈높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험난한 BMT=KT가 실시한 VDSL·NGN액세스게이트웨이·무선랜 등의 BMT 및 개량개선평가에서 이를 무사히 통과한 업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올해 국내 초고속인터넷장비업계의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50Mbps VDSL BMT에는 참여업체 16개사 중 절반 가량이 초반에 탈락했으며 공급업체로 선정된 4개사도 성능 미달로 인해 2차례의 보완시험을 치룬 후에야 가까스로 최종 공급권을 확보했다.
지난주 끝난 ATM 메트로이더넷스위치 BMT에는 다산네트웍스와 코어세스 2개사가 참여했으나 양사 모두 적합 판정을 받지 못해 내년초 재BMT를 받게 됐다.
이밖에 기존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개량개선평가에서는 NGN 액세스게이트웨이 및 무선랜 부문에서 각각 루슨트와 삼성전기가 재시험을 치르게 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기술요구사항 ‘높아졌다’=통상 업계의 현 개발수준에 맞춰 마련되던 기술요구서도 최근에는 미래 개발로드맵에 기준이 맞춰지는 등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수 차례의 사업 연기속에 최근 확정된 차세대 광전송장비 다중서비스지원플랫폼(MSPP) 및 광회선분배기(OXC)에 관한 KT 기술요구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업체도 이를 100%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KT는 아예 “기술요구사항을 만족하는 업체가 3개사 이상이 되면 본 사업에 들어간다”고 밝힐 정도다. 이는 곧 한발 앞서 기술수준을 수용하는 업체에만 사업 참여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업계 대책 마련 고심=이처럼 KT의 기술평가 수준이 높아지면서 통신장비업계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BMT 탈락은 단순히 사업권 획득 실패를 넘어서 회사의 기술력에도 흠이 남게되는 만큼 이에 대한 업계의 고민은 더욱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가 한풀 꺾인데 이어 후발사업자의 부진으로 경쟁체계가 약화되면서 급할게 없어진 KT가 보다 완벽한 최신 장비를 도입하려는 것 같다”고 풀이하고 “장비업체로서는 고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밖에 없는 만큼 내년에는 기술지원 및 연구개발 부문의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