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정보화와 `정책 조율`

 정부가 엊그제 확정한 내년도 정보화촉진 시행 계획 및 예산안을 보면 정보화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어서 기대가 크다. 아직 국회 예산심의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금융분야를 제외한 23개분야 정보화사업에 투입할 예산이 3조199억원 규모로 작년보다 약 10.1% 늘렸다는 점에서 정보화 확대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정부가 내년에 추진할 정보화사업은 한마디로 21세기 선진 디지털사회 구현을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교육정보화 인프라 고도화, 국민편의 증진을 위한 행정정보화, 지역정보화 확대 등에 역점을 둔 인상이 짙다. 초·중등학교 PC교체 및 대학 원격교육 콘텐츠 확충 등 교육정보화에 4653억원을 투입하고 인터넷 민원서비스 확대 및 행정문서처리 전산화 등 행정정보화에 3921억원을 쏟아붓기로 한 것 자체가 그렇다. 또 육·해·공군 전술 C4I체계 구축과 국방정보망을 ATM으로 고속 광역화하는 국방정보화에도 3579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국가정보화사업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용되지 못한다면 국민에게 손해가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국가정보화의 커다란 틀을 운영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이번에 정부안으로 확정된 정보화 예산은 그동안 국가정보화사업을 부처별로 추진하면서 생겼던 중복투자에 따른 국가재정의 비효율적 운용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보평가위원회’의 사전평가를 거친 것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정보평가위원회에서 조율과 심사를 거친 만큼 정보화사업이나 예산이 어느 정도 객관성과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확정된 예산안이 지난 6월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에 상정된 소요재원에 비해 25%나 줄어든 것은 예산증가율에 짜맞추려 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실무위에 상정된 안 중에는 상당부분 중복된 사업이 있어 조정을 하다보면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만 당초안의 무려 4분의 1이나 줄인 것은 감축을 해도 너무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불황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이 많다. 국가가 투자하는 사업에도 ‘선택과 집중’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도 내수 진작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책사업과는 달리 정보화 프로젝트는 IT수요를 진작시켜 관련업체들을 살리기 위해서 추진되는 근시안적인 사업이 아니다. 국가정보화는 세계 최고의 열린 전자정부 구현으로 행정서비스를 혁신하고 전산업의 정보화 촉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요체인 것이다.

 그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 차례 강조했지만 IT산업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는 신성장동력의 핵심산업이다. 지금 우리는 IT강국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인터넷 분야를 빼놓고 과연 우리가 IT강국이라고 세계에다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를 정책 당국자들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IT분야에 대한 투자는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아무리 거액을 투자하더라도 정보화에 대한 거시적인 프레임워크가 없다면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차제에 부처간의 긴밀한 조정시스템과 성과관리체계가 갖추어져 있는가를 재점검하고 국가정보화사업의 효율 극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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