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 통신시장 최대복병 `요금인하`

올해 CID 값 내리며 논의 사라져

 연말께면 통신시장 현안의 단골 메뉴였던 통신요금 문제가 올해엔 눈에 띄는 논쟁조차 지피지 못한 채 해를 넘길 전망이다.하반기들어 발신자번호표시(CID) 서비스 요금 인하의 여파에다, 내년 번호이동성 시차제를 대비한 사업자들의 과열 마케팅 경쟁으로 이동전화 시장에는 요금인하 논의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또한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는 유선통신시장에서도 사업자들이 한때 대안으로 여겼던 시내전화 정액제나 초고속인터넷 종량제를 놓고 고심만 거듭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통신요금 가계부담이 큰 상황에서 내년 3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에서 요금인하 요구가 한 차례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돼, 요금 현안은 연초부터 통신시장의 최대 복병이 될 전망이다.

 ◇이동전화, 요금인하 당장 힘들 듯=최근 통신시장 안팎에서는 매년 초 관례적으로 단행됐던 이동전화 요금인하가 내년 초엔 사실상 불가능한 쪽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하반기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요구로 SK텔레콤·KTF가 CID 요금을 절반으로 내린데다, 근래 들어 이통3사 모두 번호이동성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어 요금인하 여력이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가제에 묶인 SK텔레콤의 경우 시장지배력이 오히려 더 커질 것을 감안하면 요금인하가 사실 어려우며, 후발사업자인 KTF·LG텔레콤도 최근 요금인하 불가입장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요금인하폭이 컸고 CID 요금인하 영향도 있는 만큼 무작정 요금인하를 강제하긴 힘들다”면서 “현재로선 정치권이나 시민단체들의 요구도 없어 내년에는 통신요금을 제자리 수준으로 유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통부는 통신사업자간 접속료 기준이 새롭게 마련되는 내년 3, 4월께 선후발사업자간 유효경쟁 정책의 연장선에서 요금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쪽에선 내년초 이동전화 요금인하를 건너뛸 수 있다는 데 일정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정보통신소비자권익찾기시민행동(대표 김천주) 관계자는 “번호이동성 환경을 대비해 사업자들이 각종 멤버십 서비스 강화에 주력해 요금인하 여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가계 통신요금부담이 큰 상황인 만큼 정통부가 사업자들로부터 걷어들이는 준조세 성격의 출연금을 인하해서라도 요금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동전화 요금인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과기정위 소속 한 의원은 “아마 총선을 앞두고 구정 선물 정도로 거론되지 않겠냐”라고 되묻고 “어쨌든 내년에도 한 차례 정도 더 요금인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선전화, 다양한 요금전략 나올 듯=유선사업자들은 최근 초고속인터넷 시장마저 포화조짐이 뚜렷해지자 수익성 개선의 해결책을 요금전략에서 찾으려 한다.

 지난해 시내전화 정액제로 재미를 봤던 KT는 내년경 또 한 차례 정액제 프로그램을 검토중이며, 특히 초고속인터넷 요금의 경우 기본료(정액)를 두되 일정액은 사용분만큼 종량제를 적용하는 선택요금제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됐다. 후발사업자인 데이콤은 내년 상반기 인터넷전화(VoIP)·디지털미디어센터(DMC)·초고속인터넷을 묶는 결합상품을 출시하고, KT에 비해 최대 40%까지 저렴한 요금경쟁력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하나로통신은 요금인하를 최대한 피하되,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 등을 결합한 서비스 차별화로 해결책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내전화 정액제나 초고속인터넷 종량제 모두 오히려 수익악화라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선사업자들의 고민만 깊어가는 실정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유선시장에서도 전반적인 요금인상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다만 국민적 혜택이나 서비스 유연성을 위해 다양한 요금제를 도입한다면 적극 검토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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