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복사기업체와 한판 승부 예고
대표적인 프린터 업체인 한국HP가 복사기 업체들과의 본격적인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한국HP(대표 최준근)는 10일 로지트코퍼레이션(대표 이영훈)과 업무 제휴를 맺고 기업들에게 효율적인 문서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한 PPU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Pay Per Use’의 약자인 PPU란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는 서비스로 복사기 업체들이 주로 쓰는 임대 개념도 이에 포함돼 있다.
한국HP 기업 영업 담당 권 송 이사는 “PPU 사업은 단순히 프린터나 디지털 복합기 등 문서 출력 장비를 임대하고 유지보수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닌 기업들에게 필요한 문서 출력 시스템을 구축해 주고 사후관리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미 프린터, 디지털 복합기 등 출력 장비를 갖고 있는 회사에는 사용 환경을 분석해 기기들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거나 새로운 장비가 필요한 곳에는 업무에 필요한 제품과 그 수 등을 분석해 제공한다. 계약 내용은 임대, 프린터 구입 이후 유지보수, 사무 환경 분석부터 유지보수까지 기업에 따라 다양하게 추진되며 HP가 개발한 관리 프로그램으로 온라인상에서 각 프린터의 사용량, 고장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HP IPG 이기봉 부사장은 “프린터, 디지털 복합기 등이 네트워크되면서 문서 출력 환경 전반에서 생산성을 개선하고 영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지고 있다”며 “총소요비용(TCO)을 30%까지 절감할 수 있는 PPU 서비스는 향후 2∼3년내에 기업 사무 환경에 보편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PPU는 전세계적으로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국내 역시 내년 1200억원에서 2006년 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권 송 이사는 “기업 환경이 표준화돼 있지 않은 국내에서는 PPU가 생소하지만 유럽 등지에서는 제록스, 렉스마크, IBM 등이 이미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해 파트너와 이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HP는 사업을 위한 자금 부분과 마케팅을, 로지트코퍼레이션은 영업과 서비스를 맡게 된다.
한국HP의 이번 PPU 사업은 복사기 업체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최근 프린터, 팩시밀리, 복사기, 스캐너 등의 사무기기들이 하나로 통합되고 네트워크화되면서 그동안 구분돼 온 복사기 시장과 프린터 시장이 점차 통합되고 있다. 복사기 업체들의 평균 30%를 차지하고 있는 렌탈 사업도 내부를 살펴보면 사무환경 컨설팅부터 사후 유지보수까지 한국HP가 추진하고 있는 PPU 사업과 유사한 점이 많아 대표적인 프린터 업체인 HP가 신도리코, 한국후지제록스, 롯데캐논 등의 복사기 업체들과 불붙는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권이사는 “HP의 PPU 서비스는 온라인상으로 프린터의 고장 유무, 출력량 등을 분석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드는 복사기 업체들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결국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시장 선점을 자신했다.
수십년간 사업으로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갖추고 있는 복사기 업체들과 온라인을 통한 신속한 대응을 추구하는 한국HP의 경쟁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