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간담회`, "협력 적극 권장해야"

 청와대 정보과학보좌관실의 요청으로 21일 저녁 긴급히 마련된 ‘과학기술계연구회 소관 출연연구기관장 간담회’ 참석자들은 과학기술계 현안에 대해 다양한 대안을 토해냈다. 총리실 산하 3대 연구회 기관장들이 김태유 보좌관과 자리를 같이한 것은 참여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출연연, 역할 재정립=STEPI 용역보고서 발표를 코앞에 둔 만큼 기관장들은 출연연 체질 개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권영한 한국전기연구원 원장은 “출연연의 양적 확대는 반대하지만 줄이는 것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영국처럼 우리도 산·학·연간의 벽을 없애고 서로 협력해야 연구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연연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덕영 생산기술연구원장은 “우수 인재가 대기업에만 몰려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연구수요는 거의 폭발적이기 때문에 출연연의 중소기업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세형 천문연원장은 “연구분야, 규모, 특성을 고려해 연구기관을 차별화해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 지방이전=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추진중인 수도권 연구소의 충청권 이남 이전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가 이어졌다. 박병권 공공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수도권 연구소 이전과 연구중심대학은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해양연구원 변상경 원장은 “수도권 연구소 이전은 민감한 문제로 출연연의 특수성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호 국가보안기술연구소장은 “연구기관 이전에 앞서 주거, 교육에 대해 신경을 써 우수 인재가 올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마련해 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연구기관의 이전시 사유지를 매입할 경우 문제도 많고, 예산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가 먼저 사유지를 수용한 다음 연구기관에 파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기계 사기진작=과기계의 사기를 살리기 위한 대안도 쏟아졌다. 권영한 원장은 “과학기술인공제회도 예산이 없어서 출연연이 보태고 있는 실정이며 연구원 정년제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면서 “새로운 사기진작 방안 도출보다는 기존의 사기진작방안부터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ETRI 반도체·원천기술연구소 이번 소장은 “국회에서 출연연 적립금 등에 대해 가용재원이라고 오해하고 삭감하려 한다”면서 “출연연이 고급 인력을 관리하고 인력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인센티브, 노후보장이 선결돼야 하나 현재는 하향평준화가 이루어져 연구원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보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상섭 안전성평가연구소 소장은 “출연연은 그동안 많은 실적이 있었으나 홍보가 부족, 전 출연연 차원에서도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철도기술연 김만오 부장은 “스타연구원(과학자)을 만들어야 대국민 홍보가 잘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태유 보좌관은 이공계 기피 현상과 관련, “선진국들도 이같은 문제를 겪었지만,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일 때 나왔다”면서 “우리는 양적, 질적 모든 면에서 이공계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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