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사업 수주 관행 `균열`

1차 수행하면 2차 `떼논 당상`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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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스템통합(SI) 업계가 최근 선행사업과 본사업 수주를 둘러싸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희비를 달리하고 있다.

 정보화전략계획(ISP)·업무혁신방안(BPR)과 같은 1단계 선행사업을 수행한 업체가 대부분 2단계 개발·구축 본사업도 수주하던 기존 관행이 뒤집히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면서, ‘1단계 사업 수행=2단계 수주 확실’이라는 고정 패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현황=1, 2단계 사업자 뒤집힘 현상은 최근 전자정부·SOC·금융·국방 분야 등 모든 분야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주 실시된 범정부 통합전산환경 ISP수립사업 입찰에서는 삼성SDS가 지난해 1단계 BPR수립사업을 수행한 LG CNS를 제치고 수주, 1라운드전 패배를 설욕했다. 반면, LG CNS는 삼성SDS가 1차 ISP수립사업을 수행한 차세대 특허넷 구축사업을 따냈다.

 디지털도서관 구축 프로젝트는 사업 단계별로 사업자 희비가 엇갈린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1년 7월 디지털도서관 1차 사업은 LG CNS가 사업을 수행했지만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진행된 2차 사업은 삼성SDS가 맡았다. 하지만 지난 8월 3차 사업에서는 다시 LG CNS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인천국제공항 통합정보시스템 관련 ISP사업의 경우 1단계는 삼성SDS가 주사업자였지만, 지난달 2단계 사업을 위한 ISP는 LG CNS가 수주했다. 철도청 전자조달시스템 구축사업의 경우 삼성SDS가 파일럿사업을 수행한 반면 지난 9월 본사업권은 LG CNS에게 돌아갔다. 운전면허시험관리단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사업에서도 삼성SDS가 ISP를 수립한 가운데 현대정보기술이 본 사업자로 선정됐다.

 금융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증권예탁원 DR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1, 2단계 사업자가 바뀌었다. 삼성SDS가 1차 ISP를 수립했지만 2단계 구축 본사업은 SK C&C가 차지한 것. 특히 제일은행 원격지 DR 도입사업도 선·후발업체간 격전지로 떠올랐다. 상반기 제일은행에 1차 비즈니스상시운용체계 컨설팅사업을 수행한 현대정보기술에 맞서 한국IBM(증권전산)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던졌다. 현대정보기술과 한국IBM은 지난주 2차 기술심사에 이어 이달중 가격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국방분야에서도 사업단계별 사업자 바뀜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지상 전술 C4I체계 소요장비사업에서는 지난해 3단계 통합사업을 따낸 바 있는 LG CNS 및 대형 SI업체들이 최저가를 써낸 후발주자인 KT인포텍에 사업권을 내주고 말았다. 국방 동원체계 정보화 2단계 개념연구 사업의 경우 1단계 BPR수립사업을 수행한 SK C&C의 수주가 예상됐으나, LG CNS가 사업을 최종 수주했다. 앞서 해군 C4I체계 개발사업에서는 1단계 연구사업을 수행한 삼성SDS가 수성에 나섰지만 쌍용정보통신에 일격을 당했다.

 ◇배경 및 전망=이같은 현상은 우선 올해들어 이미 계획이 잡혔던 SI사업들이 연기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면서 대외 SI사업물량이 줄어든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외 SI사업 발주물량 축소로 사업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린 대형 SI업체들로서는 이것 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형 SI업체들은 경쟁업체가 1단계 선행사업을 수주해 유리한 고지를 점한 2단계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가급적 기피하던 종전의 전략에서 탈피, 본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선·후발업체간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벌이고 있다.

 특히 2단계 본사업들이 보통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경쟁사가 가져가는 것을 가만히 손놓고 볼 수 만은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또한 공공분야 2단계 SI 본사업에서 1차 기술심사에 이어 2단계에서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사업자가 갈리는 상황도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단 1차 기술평가를 통과해 2단계에서 낮은 가격을 써내면 기존 선발업체를 뒤집는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실제로 최근 후발업체들의 경우, 특정 분야 시장 진출과 신규 레퍼런스 확보를 목적으로 응찰가격을 경쟁사들에 견줘 크게 낮게 써내 사업을 수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주처의 사업자 선정 방식 변화도 이같은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들이 선행 사업과 본사업 분리를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과 도출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 2 단계 사업자 바뀜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1단계 선행사업 수주가 곧 2단계 본사업 수주를 담보하던 기존 관행이 점차적으로 깨질 것이라는 데 대형 SI업체들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