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고객 중심의 전자정부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이제 인터넷을 통해 민원을 신청하거나 열람할 수 있는 초보적인 거래처리 단계를 벗어나 고객중심의 통합 서비스 제공이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개별 단위업무나 기능의 정보화가 어느 정도 성숙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고객의 입장에서 정부 서비스를 재구성하고, 정부 기능과 업무프로세스도 고객가치를 위해 재정의돼야 한다.

 이를 통해 고객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에서 고객의 필요를 사전에 알리고 미리 예측하고 찾아가며 이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능동형, 참여형 서비스로 발전을 도모할 때다.

 지난 5월과 8월에 발표된 참여정부의 전자정부 비전과 로드맵에도 이러한 변화(shift)를 엿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객 중심의 IT서비스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가장 각광받는 것이 고객관리(CRM)시스템이다. CRM은 90년대 후반 민간부문에서 고객중심의 통합서비스와 고급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캐나다,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 정부를 중심으로 국민과 능동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CRM기반의 정부서비스 개발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특허청, 조달청, 정보통신부 등 일부 부처가 초보적인 CRM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외 부처도 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CRM 시스템 도입이 곧 고객중심의 전자정부 구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와 정부서비스가 가지는 고유한(unique) 특성을 고려하면 정부의 CRM도입이 기업의 경우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규모와 복잡성, 단위 부처 또는 단위 업무중심의 경직된 조직과 프로세스, 그리고 개인정보의 수집에 따른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대한 국민의 정서적 거부감 또는 이해 관계자간 첨예한 입장대립 등이 기업에서보다 정부에서 CRM도입을 더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CRM시스템 도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열린 전자정부 구현’이라는 참여정부의 전자정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정부 CRM을 접근해야 하는가? CRM이 갖는 복합적 성격을 고려할 때 정부 CRM은 무엇보다도 기술과 프로세스, 사람과 조직의 변화를 동시에 꾀하는 통합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즉 CRM도입을 정부 운영시스템과 기능의 질적 전환으로 인식하지 않고 단순한 IT프로젝트로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CRM시스템은 구축 이후에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시간과 노력을 수반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아울러 친구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자기 부처나 기관의 인적, 기술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유행에 휩쓸려 CRM시스템을 도입해서도 곤란하다.

 끝으로 향후 CRM은 정부의 서비스, 업무 및 운영시스템 전반에 많은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실제로 무선 CRM, VoIP, 웹 협업(web collaboration) 등의 CRM기술 발전은 새로운 CRM모델을 창출한다. 따라서 CRM은 머지 않아 한 차원 높은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핵심기술로 자리잡아 갈 것이며, 기술의 통합적 특성과 적용 영역의 확대를 통해 정부 아키텍처의 기반 프래임워크로 발전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 CRM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 고객에 대한 정의를 시작으로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대국민 정보는 무엇이며 그것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노력과 함께 정부의 표준화된 CRM 아키텍처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오강탁(한국전산원 선임연구원·행정학박사) okt@n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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