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예보 방식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있는 거죠. 더군다나 예보 인프라는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했지 않습니까. 이젠 사람이 변할 차례입니다.”
오는 2006년 기상청이 목표로 세운 ‘디지털예보’를 설명하는 신경섭 예보국장(51)은 기상청이 추구하는 디지털예보가 단순히 예보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상정보가 생활속에서 재가공돼 일상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음을 강조한다.
기상 예보의 정확도는 엄밀히 말해 과학의 문제이지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수준만큼 예보의 수준은 나오게 돼 있고, 결국 산출된 데이터를 농업·수력 등 일반 수요처에 전달해 그 응용 범위를 넓히는 정책적인 방안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신 국장은 “디지털예보의 정착과 성공은 기본적으로 슈퍼컴퓨터와 같은 인프라가 고도화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정보를 사용하는 주체의 변화도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정보전달방법이다. 아직까지도 TV나 언론에서는 기상청으로부터 예보내용을 전달 받는 방법으로 팩스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예보체제에선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양의 데이터와 그래픽을 팩스로 모두 전달할 수 없다. 결국 인터넷을 활용해야 하는데 수요처에서 이런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또 한 시간 단위로 나오는 예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방법에서 신문이나 방송 모두 보도 방식과 분량 등이 변해야 한다. 아무리 고도화된 슈퍼컴퓨터로부터 정확한 정보를 얻어낸다고 해도 이런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디지털 예보체제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 A&M대학 기상학과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고 현 슈퍼컴퓨터센터의 모체인 한국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센터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해온 신 국장은 90년에 기상청에 발을 디뎠다. 신 국장은 현재 예보체제의 근간인 수치예보모델을 도입하면서 만든 수치예보과 초대 과장을 맡았으며, 이후 현 기상청 IT인프라를 책임지는 정보화담당관의 전신인 기상개발관을 거쳐, 예보총괄관을 역임했다. 이때 슈퍼컴퓨터 1호기 도입을 일선에서 진두지휘했으니 그야말로 우리나라 기상예보 변천의 한 중심에 서 있던 셈이다.
신 국장은 최근에는 방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기상에 대한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경우를 제외한다면 결국 재난을 줄이는 것은 범국가적인 방재시스템에서 좌우되는데 청내에 ‘방재 기상 담당’을 둘 경우 재해대책본부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슈퍼컴퓨터 2호기가 도입되면 우리나라 예보 인프라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게 된다”는 신 국장은 “기상청에서 생성되는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2차 애플리케이션에 활용하는 수요처가 늘어나는 새로운 예보 시대를 주목해 달라”고 말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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