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통신사업 `외국인 지분 제한` 논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통신서비스시장 외국인 지분제한 현황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로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경영시대가 열렸다. 뉴브리지 컨소시엄은 하나로에 5억 달러 규모를 증자, 39.6%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11명의 이사 중 5명의 지명권을 갖게 돼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져갔다. 하나로통신은 현재 1조7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지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가 300만명을 육박하며, 시장점유율 4% 미만이지만 명실상부한 제2의 시내전화 사업자다. 한달에 무려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이 매출로 들어오는 기업이다. 삼성전자, 국민은행, 포스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우량기업이 사실상 외국인 기업으로 변모한 가운데 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도 SK텔레콤 44.9%, KT 46.1% 등으로 높아졌다. 도하개발어젠다(DDA)에 따른 뉴라운드 협상이 진행되면서 통신시장 전면개방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 규제에 대한 재검토와 외자 규제에 취약한 국내 통신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외국인 경영 득실논란=하나로통신은 외국인 자본의 힘을 업고 KT와의 경쟁을 위한 공격경영에 나설 태세다. 이에 따라 침체를 거듭해온 통신장비업체들의 숨통도 트일 전망이다. 한 장비업체 사장은 “하나로가 유동성 위기를 넘긴 만큼 새로운 수요가 생길 것으로 본다”며 “무엇보다 대금지급을 6개월, 1년까지 늦추는 불공정 사례는 글로벌기준인 30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이한영 박사는 논문에서 “통신시장 개방에 따른 자본 평균 수익률의 증가, 통신부분 투자액 증대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통신시장 개방시 98년부터 2002년 사이 기존 시장 예측에 비해 GDP는 0.4%, 소비자후생은 2.5%, 통신투자 7000억원이 증가하고 98년부터 2004년사이에는 GDP 2.4%, 소비자후생 2.3%, 투자액 증가분 1조 7000억원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 경영투명성 제고도 부수효과로 꼽혔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는 외국인 경영에 따라 국가기밀의 누출문제, 보편적 서비스와 같은 공익적 사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나친 수익 위주의 경영으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공격적인 신시장 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 국내경쟁, 후개방의 관점에서 국내 사업자간 경쟁여건 개선이 중요한데 외국인 투자로 여건 개선이 늦어지고 덩달아 기술 개발과 고수익 창출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병무 뉴브리지캐피털 사장은 “두루넷, 온세통신 합병 등 5∼7년 후 비전까지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한국 통신시장에 무익한 자금이라는 평가는 곡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재팬텔레콤의 사례에서도 나왔듯, 하나로를 잘 키우면 통신시장에도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회사가치를 키워서 국부유출이 아님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보완책 마련해야=통신시장의 전면개방을 목표로 하는 뉴라운드 협상으로 통신사업 외국인 경영이 전면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외국인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규제하기 어려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법 제도 측면의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이다. 외국 자본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 이에 따라 국회 이종걸 의원(열린우리당)은 ’외국인 지분에 대한 양적 규제는 완화하되 공익성 심사를 통한 질적규제를 도입한다’는 취지의 전기통신사업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KT의 외국인 최대주주를 10%까지 허용하되 초과지분은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예외로 인정하고 △15%인 국내 법인 외국인 의제 조항도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예외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한 공익성심사제를 마련해 외국인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공익성 심사에는 국가안보는 물론 시장지배력, 보편적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이 의원은 “양적 규제에 맞춰진 현 지분제한 규정은 오히려 통신의 공익성 보호에 취약하다”며 “공익성 심사를 통한 질적 규제를 마련해 외자유치 활성화와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도 “소유가 워낙 분산돼 외국인 단일주주가 10%지분을 갖는다 해도 기업지배는 힘들 것”이라는 유연한 입장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경영권을 갖지 않는 외국인 지분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되 KT의 외국인 최대주주는 통신의 국적성 보장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불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질적 규제가 마련돼도 KT의 외국인지분 10%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도 법안논의 과정에서 “공익성 심사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제도가 통상마찰의 우려가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 FCC도 공익성심사제를 도입하고 있으나 WTO규정에 맞는 조치인지는 이견이 많고 유럽과의 통상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법안이 나온다 해도 이미 경영권이 넘어간 하나로통신의 공익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지적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 "경영-투자자본 구분하자" - 열린우리당 이종걸 의원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지분 제한(49%)과 외국인 의제 조항(15%) 등은 그야말로 원시적인 가이드라인입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종걸(열린우리당) 의원은 이같은 양적 통제장치 대신 질적 통제장치를 만들어 통신시장 개방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는 외국인 자본과 간접적인 투자목적의 자본을 구분하는 법적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이 의원은 “원시적인 가이드라인 때문에 SK의 경우 오히려 15% 외국인 의제조항을 이용하는 외국자본에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생겨나고 있고 KT의 경우에도 법에서 어긋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법안은 질적 통제를 위해 공익성 심사를 채택하고 있다.

 이 의원은 “공익성 심사제가 없었다는게 이상한 일”이라며 “공익성 심사는 이사 임면권, 이사 교체권 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물론 통신장비의 구매부분, 시장경쟁상황까지 포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성 심사의 대상이나 방법에 대해 “논란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통신사업의 특성상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일단 제도를 도입한 뒤 실효성이나 통상마찰 부분은 운영하면서 정의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미국도 보편적 서비스나 시장지배력 등을 공익성 심사에 포함시키는 등 넓은 범위를 적용하고 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을 폈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공익성 심사의 대상에 포함시켜야할 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최소규제의 원칙과 하나로의 시장지배력 등을 감안하면 시급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KT 최대주주 지분에 대해서는 “공익성 심사가 시행되는데 5%로 지분을 제한하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 관련부처 입장 - 정통부 “KT 외국인 대주주 곤란”

 정통부는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보완법안에 대해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 외국인지분을 예외로 두는 것은 찬성하지만 KT의 외국인 최대주주 허용은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KT 외국인 최대주주를 반대한다는 점에서 이 의원과 입장이 다르다.

 공익성 심사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보편적 서비스나 시장경쟁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쪽이나 정통부는 시행령을 정할 때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으로 제한하려 하고 있다. 장광수 통신기획과장은 “이 의원측과 법안에 대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면서 “KT의 외국인 최대 주주 지분이 10%까지 가면 실질적 경영권 행사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질적 통제장치가 마련되더라도 10%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공익성 심사제에 대해서는 “기간망의 국적성 확보차원에서 도입하겠다는 기본 입장이나 뉴라운드 협상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안보와 관련되는 측면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도 공익성 심사제가 외국인 투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조태열 지역통상국장은 “공익성 심사의 대상을 차별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모든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며 절차상 하자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공익성을 확보하는 정당한 정책목표를 추구하더라도 다른 사업자의 시장접근에 제한을 가해서는 안된다”며 “공익성을 강화하는 차원은 이해하지만 통상 마찰소지가 있으므로 법적 문제를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