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16% 업체 바꿀 듯
다음달 24일(현지시각) 번호이동성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20년 미국 이동통신산업 역사상 최대 지각변동과 함께 시장 재편이 예고되고 있다.
USA투데이는 이 제도의 도입에 따라 그동안 서비스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전화번호 교체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에 이를 꺼려왔던 가입자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이같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통신업계는 이 제도의 실시로 △선두 업체의 기득권 소멸 △가격· 서비스 품질 등 시장원리에 따른 시장구도 변화 등을 예상하면서 고객 유지를 위한 파격적 혜택 제공·서비스 개선은 물론 피말리는 ‘고객 빼앗기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캐슬린 애버너티 위원은 최근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되는 즉시 약 870만명의 사용자가 서비스 업체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또 컨설팅업체 매니지먼트네트워크는 2005년 상반기까지 전체 이통 사용자의 16%인 2400만명이 서비스 업체를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직원 명함 및 홍보물 변경, 거래처와의 연락처 재확립 등에 드는 엄청난 비용 때문에 이동통신 서비스 전환을 망설이던 기업 고객들이 이번 기회에 대거 통신 업체 변경에 나설 움직임이다.
투자은행 UBS는 “번호이동성 도입을 계기로 이통 업체와 재협상, 20∼40%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메릴린치는 버라이존 고객 이탈율이 30% 오르면 이 회사의 내년 주가는 7% 떨어지고, 이탈율이 2배로 뛰는 경우엔 30%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미국 이동통신 업체들은 무료 통화·최신 단말기 제공 등 가입자 유지를 위한 총력 경쟁 체제에 들어섰다.
AT&T와이어리스는 50달러치 무료 통화에 항공 마일리지 등을 주고 있으며 싱귤러는 계약 연장 고객에게 최신 컬러 단말기를 할인가에 주고 있다. 스프린트도 새 단말기 제공과 통화 시간 연장 혜택 등을 주고 있다.
그러나 번호이동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 100개 대도시 지역으로 한정돼있고 이동통신업체간 시스템 차이로 고객 정보 교환이 원활치 않아 이 제도 시행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FCC는 최근 번호이동 신청 후 3시간 이내에 모든 절차가 완료되도록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또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이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가운데 각 이통 업체들이 내달 시행일 이전에 파격 혜택을 미끼로 1∼2년 장기계약을 적극 추진중인 점도 이 제도의 파괴력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11월 24일을 전후해 업체들이 대대적인 광고전과 함께 ‘고객 빼앗기’에 나서면 고객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