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통부의 `즐감`

 23일 정통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17명의 과기정위원들은 하나로통신 외자유치 문제부터 도·감청, 우정사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이 정도면 피감기관으로선 진땀을 뺄 만도 한데 정통부는 그렇지 않았다. 정통부가 예상한 질의 수준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 문제같은 최근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이미 언급된 문제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디지털TV, 전자정부, 정보화촉진기금 전용 등은 지난해 국정감사와 똑같은 레퍼토리였다. 언급된 수준도 대체로 신문기사에서 거론한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수준이었으며 대부분 현황파악에 머물렀다.

 심지어는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을 홍보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에 따라 정통부의 답변도 무난할 수밖에 없었다. 의욕있는 몇 의원을 제외하곤 일문일답으로 정통부의 응답을 끌어내려는 의원도 찾아보기 어려워 전반적으로 ‘무난한 감사’였다는 평이다.

 정통부는 모범적이고 투명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자평하나 모든 정책을 하자없이 추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밝혀진 번호이동성 정책 결정과정에서 정통부 정책 결정의 현주소가 드러났으며 DMB, 디지털TV 등 통신방송융합 서비스의 도입은 관련 조항이 없어 차질을 빚고 있다.

 후발통신사업자들은 막대한 부채로 법정관리 위기에 처했으며 선발 사업자들의 3세대 이동통신 등 신규 통신사업에 대한 투자의욕은 저하된 상태다. 이에 따라 중소벤처 제조업체들은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시된 9대 신성장 동력산업이 이들 업체에 얼마나 피부에 와닿는 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국감은 IT산업의 현실에 대한 국회와 정통부 안팎의 체감온도 차이가 얼마나 클 수 있는가를 절감하게 해줬을 뿐이다. 통신용어중 ‘즐감’이라는 것이 있다. “즐겁게 감상하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이날 정통부에 대한 국감을 보면 ‘즐감’은 즐겁게 감사를 받는다는 뜻으로 해설할 법하다.

 정통부의 ‘즐감’이 총선을 앞두고 다른 곳에 신경을 쏟느라 국감에 소홀한 의원들이 만들어준 것인지, 최근 몇년간의 성과에 성급히 만족해온 정통부가 스스로 얻어낸 것인지 회의 내내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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