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 me]중고품 버리자니 `찜찜`...

‘중고 가전, 중고 가구 등 중고 제품을 돈받고 버리자.’

 구청에서 폐기물 스티커를 사다 붙여야 버릴 수 있는 중고 제품들을 오히려 돈을 받고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동구에 사는 김 모씨(35)는 최근 글자 그대로 ‘일석이조’의 경험을 했다. 선물로 받아 10여년 가까이 써온 중고 오디오를 버리려 했더니 폐기물 스티커를 구입해 붙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인근 중고매장에 문의했더니 15만원을 쳐주겠다는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현재 김씨는 중고매장의 단골 고객이 됐다. 집안 구석구석을 차지하던 불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가져가 팔고 다시 필요한 물건을 사오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러나 김씨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아직은 많지 않은 편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버리기 아까운 물건을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마땅히 줄 사람도 없고 집안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중고 가전부터 가구, 장난감, 헌 의류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적정한 처리방법을 몰라 고민하거나 그냥 집안에 방치해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지난해 녹색소비자연대가 500명의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중고 가전 및 폐가전 처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쓸모없는 가전제품 처리 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스티커 구입이 번거롭다’와 ‘어떻게 처리하는지 잘 모른다’가 57.3%를 차지해 절반이 넘었다. 처리 결과에서는 품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구청의 스티커를 구입해 처리하거나 신제품 구입 시 대리점에 위탁처리하는 경우가 절반을 차지했고 고물상 등에 되파는 경우는 평균 10%를 넘지 않았다. 특히 가구당 평균 1대 꼴로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을 집안에 방치해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강남구에 사는 주부 박모씨(32)는 이사를 하면서 새로 DVD플레이어를 구입했다. 사용하던 VCR를 버리기가 아까워 조금이라도 보상받을 수 없을까 인근 재활용 센터에 문의했으나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그냥 버릴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지금 VCR는 아무 기능도 하지 않으면서 TV옆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각 구마다 20∼30개씩 중고품가게나 중고 가전·가구 재활용센터가 있으나 이용률은 저조한 편이다. 한국자원재활용협회 권대일 사무국장은 “중고품을 원하는 수요보다 중고품을 내다 파는 공급이 절대 부족한 것이 중고품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쓰지 않는 중고 제품을 사서 되파는 민간 ‘리사이클링 센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중고품 거래시장을 활발히 개척하고 있다. 이런 곳들을 알아두면 중고품을 돈 받고 처리할 수 있을 뿐아니라 폐기에 따른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

 하드오프(http://www.hardoff.co.kr), 리사이클시티(http://www.rety.co.kr), 라이프샵 등 최근 등장한 신개념 중고품 전문숍은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중고품 시장 만들기’에 역점을 둔 곳이다. 어떤 중고품도 매매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 중고전문숍의 영업 원칙. 값을 쳐주기가 곤란한 쓰레기가 아니라면 최소한의 돈이라도 건질 수 있다.

 컴퓨터와 주변기기부터 대형 냉장고와 TV, 카메라, 악기는 물론 시계, 심지어 싫증난 DVD 타이틀과 음악CD, 쓰다 만 배드민턴 라켓까지 매매가 가능하다. 하드오프 암사점 김동필 점장은 “불필요한 중고 가전이 있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하지 말고 중고매장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상담한 후 되팔거나 맡기면 손해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운반하기 힘든 대형 가전이나 가구는 중고매장 직원의 출장 감정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신개념 중고전문숍의 최대 장점은 체계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고 물품의 정확한 가치를 산정해준다는 것. 또 매장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둘러보게 만드는 각종 이색판매 코너와 진열방식, 신제품 같은 느낌을 주는 재포장 기술 등 선진화된 재활용 기술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하드오프와 리사이클시티 등 리사이클 센터들은 전국적인 체인망을 구축 중이어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을 경우 버리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안겨주는 ‘아나바다’가 뿌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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