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동북아 시대]동북아시대를 앞당기자-한·중·일 3국협력

동북아시아는 협의로는 남·북한, 일본, 중국의 동북 3성, 러시아의 극동 지역과 몽골이 포함된다.

 광의로는 여기에 중국 상하이 이북 연안지역, 러시아의 동서 시베리아 및 홍콩과 대만이 속한다. 이렇게 보면 동북아 지역의 범위에는 중국은 때로는 전체가, 때로는 일부 지역만이 포함된다.

 동북아의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동북아 경제협력의 성격과 개념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리적 정의의 선택은 동북아 경제협력을 보는 기본적 시각 차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랜 기간 아시아 경제를 좌지우지 했던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져 쇠퇴조짐을 보이고 있고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등 동북아의 경제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위기를 겪으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지 못한 채 정체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주요 지역에서 일정 지역내 국가들간의 배타적인 협력을 위한 경제블록화가 조류다.

 북미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와 멕시코가 가입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있고 유럽에는 유럽연합(EU)이 단일 통화인 유로화를 통해 거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열강들이 지역화를 추구하면서 동북아 3국도 개별적인 발전보다는 함께 살아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고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자유무역권 논의가 제기되는 등 지역 차원의 협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한국과 중국은 동북아를 지역경제 공동체로 발돋움시키기 위한 포괄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오는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아세안+3’ 회의 중간에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때 이 공동선언을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차세대 IT협력, 중국 자원개발, 베이징∼상하이(上海)고속철도 건설, 금융, 유통 및 환경 분야 협력, 서부대개발사업 협력 등10대 과제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이 수출과 해외자본 유치를 성장의 주요 축으로 삼고 있어 한국, 일본과 경제협력 확대를 적극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동북아 경제중심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한국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같은 구상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노력에서 보여지듯이 지역경제 협력 강화와 이를 통한 지역의 안정에 반대할 명분이 별로 없어 보인다.이같은 역학변화는 동아시아 각국을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던지면서 새판짜기를 강요하고 있다.

세계 각 지역이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지역화를 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내 국가간 협력의 필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처럼 동북아 중심 국가로의 핵심 과제가 경제협력이라는 점에는 한·중·일 3국 간에 이견이 없다. 문제는 바로 실천이다. 전문가들은 한·중·일 3국이 각각의 강점을 살리는 동시에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동북아 경제협력은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선진기술이라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은 우수하고 값싼 노동력, 거대한 시장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순수과학 및 군사기술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했지만 연구개발(R&D)의 산업적 응용은 아직 활발하지 못한 상태다. 또 그동안 정부 소속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R&D가 진행됐기 때문에 기업 자체의 R&D 역량은 한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일본은 90년대이후 10여년간의 장기 경기침체로 시장의 역동성이 상실됐고 고비용과 자국 R&D에만 의존하는 폐쇄성이 취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동북아 경제 협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훨씬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우선 기술 측면에서 선진국에 상당한 수준으로 근접해 있다.특히 60년대 섬유 및 신발, 70년대 전자 및 조선, 80년대 자동차 및 철강, 90년대 컴퓨터 및 반도체 등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산업으로 성장시킨 성공경험을 가지고 있어 동북아 R&D 허브로서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또 인구 대비 고등학교 졸업인구 비율과 대학 졸업인구 비율이 세계 5위 이내로 우수한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동북아 허브 구축 가능성을 높게 하는 요인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조건을 갖고 있지만 동북아 경제협력이라는 목표에 공감한 한·중· 일 3국에 먼저 필요한 것은 이 지역의 공동연구를 위한 연구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는 일이다. 국가간 경제협력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향후 협력방안을 제시할 뿐 아니라 국가간 경제협력증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러한 협의체는 ‘동북아 경제협의체’를 출범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통상 및 관세협력 부문과 관련해서는 통관절차, 기술장벽, 정부조달시장 등 비관세장벽 완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고 투자부문에서는 동북아 지역 국가간 투자보장협정 체결과 동북아 투자기금 조성을 추진하며, 금융부문에서는 국가간 지역감시체계의 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협력 차원에서는 업종별 대화채널 구축을 추구하고, 농업부문에서는 공동연구와 기술교류, 어업협력부문에서는 수산자원 공동연구센터와 동북아 국제수산물거래센터 건립이 중점과제일 것이다. 요란한 구호나 말로만 포장된 성명이 한장 나온다고 지역경제를 블록화하는 경제공동체를 바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기대일 뿐이다. 벽돌을 한장한장 쌓아나가는 실질적인 협력과 신뢰 구축이 선결과제로 보인다. 이렇게 될 때 동북아 경제협력체나 동아시아 경제협력체의 형성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국가 혁신체계가 급하다

 세계화의 급속한 진행에 따라 모든 분야에 걸쳐 거점화의 경제적 효과가 증대하고 있다. 금융 거점화를 통한 자본의 세계화 뿐만 아니라 물류 거점화를 통한 상품 교역의 세계화가 지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0년대 이후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R&D)의 세계화 추세가 강화돼 R&D 거점화 전략마저 대두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제 발전 과정은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 기술 인력이 이동하고 그러한 힘이 결집돼 획기적인 신기술이 개발, 그 기술이 혁신적인 신산업 군(New Industrial Clusters)의 창출로 연결되면서 고도 경제성장을 실현했다.

 이런 측면에서 동북아 경제중심은 물류허브, 금융허브, 국가혁신 연구개발(R&D) 클러스터로서의 결집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경제 분야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클러스터에 기초한 국가경제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이의 실천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작성하는 게 국가혁신체계(NIS National Innovation System)의 핵심골자다.

 국가혁신체제론은 현재 OECD나 EU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기술혁신과 기술정책을 파악하는 주된 관점으로 활용되면서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되고 있다.

 우리의 기술 및 제품 혁신을 위한 투자와 노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미국 특허출원 증가율은 세계평균(5%)의 6배(30%)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IMF환란 이후 세계평균(10%)의 절반(5%)으로 급감, 대만보다도 떨어지고 있고 중국에도 추격을 당하고 있다.

 총체적 개혁의 필요성은 시스템의 효율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리나라 기술혁신 기반의 선진화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술이 산업화되어 경제력으로 되는 정책만이 국부 창출과 경쟁력 강화의 요체가 된다는 사실이다.기술혁신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야 고용창출 및 수출증대, 산업구조 개선 등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IT기반시설이 있고 우수한 인적자원이 있으며 상당한 내수시장이 있기 때문에 청사진을 이룩할 수 있다. 신기술의 육성과 창출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첨단 기술기업의 파생 창업 유도 △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및 수출 중심적 제 2의 창업 지원△ 노동집약 산업과 3D 산업 등 경쟁력을 잃고 있는 산업의 퇴출 또는 개도국 이전 △ 세계 일류 수준의 전문 기술인력과 차세대 전문 경영자 양성을 위한 분야별 특수 전문대학원 및 대학 설립 △ 세계화 등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혁신시스템의 선순환체제가 효율적으로 가동될 때 기술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 증강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술과 산업의 경쟁력만으로 국가혁신체계를 완성할 수는 없다. 이를 사회 전반에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개방적 사고와 글로벌화에 대비하는 경제사회적 리더십과 이에 동참하는국민적 에너지가 없으면 이는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또 한반도의 단절공간이 동북아 역내에서 순기능을 회복하도록 북한을 동북아 경제통합 대열에 반드시 합류시키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한반도 전역이 무역과 금융에서 동북아에 일고 있는 지역내 경제협력장치를 넓혀가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할 때 진정한 국가혁신체계의 큰 그림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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