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 여파 촉각

"매출 감소 위기"-"새 수익원 창출"

 신용카드 및 신용카드조회(VAN) 업계가 지난 28일 확정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가져올 파장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용카드 업계는 당장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신용카드 관련 소득공제율이 20%에서 15%로 낮춰지는데다 현금영수증카드제 신규도입 등으로 신용카드 사용률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VAN업계 입장에서는 현금영수증카드제 도입으로 새로운 수익원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신용카드 업계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신용카드사 ‘속 앓이’=신용카드 업체들은 겉으로는 “신용카드 문화가 정착된 만큼 현금영수증카드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재 현금수수료 비중도 줄이고 있는데다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까지 떨어진다면 소폭이나마 매출이 줄어들어 경영 위협요소가 될 수도 있음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놀라는 눈치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던 정부가 공제율을 줄이고 현금영수증카드제 등을 들고 나온 것은 신용카드 산업에 대한 효용가치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해석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라 소득공제가 가능해진 기명식 선불카드의 수요는 소폭이나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드업계에는 기명식 선불카드라고 할 만한 상품으로 삼성카드의 ‘올앳카드’와 LG카드의 ‘프리아이카드’ 등이 있다. 삼성의 올앳카드는 현재 약 600만장이 발급됐고 LG의 프리아이카드는 100만장이 발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 카드가 소득공제가 가능한 기명식 선불카드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다. 게다가 둘다 카드나 현금으로 충전이 가능한데 세제혜택을 현금충전만으로 제한할 것인지 아니면 카드충전도 포함할 것인지 세부적으로 규정해야 할 문제도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올앳카드가 소득공제가 가능한 기명식 선불카드인지 아닌지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에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VAN업계 매출 증대효과=VAN업계는 현금영수증카드가 도입되면 약 50만대의 단말기 추가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약 50개로 추정되는 단말기 제조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화될 IC카드 도입 등과 맞물려 이번 신규수요는 자연스럽게 난립해 있는 단말기 제조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VAN서비스 업계도 매출이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한 VAN업체 관계자는 “VAN사 입장에서는 국세청망과 연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시스템 재구축 추가부담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신용카드 사용률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도 약 20%의 추가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VAN ‘건당수수료’ 두고 논란 일 듯=현금영수증카드제가 시행되면 VAN사가 국세청으로부터 건당수수료를 얼마나 받아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VAN업계에서는 그동안 신용카드 수수료가 평균 건당 180원인 점을 감안해 현금영수증카드의 건당수수료를 100원 정도로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국세청은 건당 수수료를 30원 정도로 업계 기대치보다 턱없이 낮게 제시해온 것으로 알려져 이를 두고 업체와 정부간의 의견조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VAN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이러한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며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이 문제가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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