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노조역할 갈수록 커진다

 KT노조는 최근 사측과 이색적인 단체협상안에 합의했다. 우리사주조합을 1대주주로 만드는 데 합의하고 회사와 노조가 절반씩 부담해 연간 총 기본급의 4%를 주식 매입에 쓰기로 했다. 회사로서는 외국인 1대주주 지위에 따른 법위반 시비를 없앴고, 직원들의 애사심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급여나 복지혜택 등에 치우쳤던 노사협상 관례를 보면 회사와 노조가 공생의 지혜를 찾은 셈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사문제가 최대 경제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통신업체 노조가 달라진 노사관계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고 함께 대안을 찾고 있다.

 KT노조는 단체협상 합의에 앞서 지난달말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신시장 유효경쟁 체제 구축방안’을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KT노조는 성명을 통해 “KT에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면 국내 통신산업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유일한 대안은 유무선·방송통신융합 등 신산업의 활성화”라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에 속앓이만 하는 회사의 말을 대신해준 셈이다.

 하나로통신 노조도 최근 회사의 운명이 갈림길에 놓이자 외자유치·유상증자 등 다각적인 회생방안을 먼저 설파하고 있다. 지난달 이사회부터 줄곧 LG의 유상증자안에 반대해온 하나로통신 노조는 임시주총에서 유상증자가 부결되자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했다.

 하나로노조는 또 한때 LG그룹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며 신임 사장의 취임을 반대했으나 이제는 책임있는 대안과 내부 개혁을 주문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초기 반대와 달리 노조가 신임 사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통신서비스업계의 노조는 상급 노동단체가 모델로 내세울 정도로 ‘강성’이 많다. 모 업체는 하반기 구조조정을 시도하려다 노조의 반발을 우려해 포기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반대 목소리보다는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종과 달리 통신업종의 노사관계는 치열한 시장경쟁과 첨단산업의 특성을 반영한다”면서 “전통적인 노사대립 구도를 넘어 보다 진일보한 공생관계의 모델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도 “지금처럼 노조가 회사의 실적과 미래를 걱정하는 분위기라면 정책판단에 있어서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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