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가 `증권사 문턱` 넘었다

비용절감 차원 동종 업계 도입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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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증권이 내달 4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유닉스 기반의 미들웨어(인포웨어)를 리눅스 기반으로 포팅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리눅스의 기간계 시스템 ‘입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신증권의 리눅스 도입 작업은 비록 일부 시스템으로 한정된 것이지만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핵심 업무에 리눅스를 적용하는 사례인 데다 순차적으로 전체 시스템을 리눅스 기반으로 옮겨 총소유비용(TCO)를 극대화한다는 정책차원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향후 동종업계에 미칠 파급력에 업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사 리눅스 인식 달라지고 있다=대신증권의 리눅스 도입 시도는 지난해 중순 인텔코리아와 현재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을 ‘아이테니엄 기반의 리눅스’ 시스템으로 마이그레이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면서 본격화됐다. 대신증권의 당시 결정은 중장기적으로 시스템 인프라를 리눅스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MOU 교환 이후 대신증권에서는 근 1년간 포팅작업을 수행했으며, 내달부터 2주간 일정으로 상하이에 있는 인텔의 R&D센터에서 최고성능 구현을 위한 시스템 튜닝작업을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대신증권은 사이버트레이딩시스템(HTS)의 40여대 유닉스 서버(IBM) 중 일부 시스템을 아이테니엄2(매디슨) 기반의 리눅스 OS 서버로 교체해 연내 가동할 계획이다.

 대신증권과 같은 전사적인 결정 차원은 아니더라도 다른 증권사에서도 올들어 리눅스 도입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원증권의 경우 올초부터 리눅스 도입에 관한 내부 벤치마킹테스트(BMT)를 진행 중이다. 동원증권의 리눅스 BMT는 현재 유닉스와 윈도NT 기반의 서버가 혼합돼 있는 HTS 시스템을 단일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차원에서 대안으로 검토하는 경우로 한달 정도 후 BMT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밖에 대우증권이 9월까지 일정으로 3개여월간 리눅스 마이그레이션에 관한 내부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으며, SK증권도 내부 검토를 시작했다.

 ◇TCO, 리눅스만한 대안 없다=현대증권이나 LG투자증권처럼 리눅스 도입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증권사도 꽤 된다. 그러나 실무 차원의 스터디와 같은 낮은 수준부터 대신증권과 같은 전사 차원의 추진 움직임까지 리눅스에 대한 증권사의 인식은 분명 예년과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리눅스에 대한 관심은 무엇보다 비용절감 차원이다.

 대신증권 CIO인 문홍집 부사장은 “증권사 IT인프라만큼 ‘온 디맨드’ 서비스가 필요한 분야도 없을 터인데 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리눅스는 하드웨어 비용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비용, 운용비용 측면에서 유닉스 대비 35∼50%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동원증권 최원순 팀장(시스템운영팀)도 “테스트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성능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당초 70% 정도의 기대치에는 다소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당장은 아니더라도 리눅스가 비용절감 차원에서 분명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리눅스 업계 반응=리눅스 확산에 대한 전망이 그렇다고 100%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신영증권은 올초 잘 사용하던 리눅스 기반의 인트라넷 시스템을 윈도 기반으로 교체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딱히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닌데 시스템 운영에 관련된 전문 벤더의 지원이 보장돼 있지 않다는 점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즉 유닉스를 비롯한 기존 서버들은 OS와 칩 제조사가 서버업체 자신이었고, 그만큼 철저한 지원이 이뤄졌는데 리눅스는 그에 비해 지원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리눅스 기술을 지원하고 있는 전문가그룹들이 많지 않는 데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리눅스 관련 지사들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부터 레드햇 국내총판을 맡으며 리눅스 기술지원을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NTC코리아 허원석 사장은 “과거에 리눅스 기술지원이 다소 불안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서버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리눅스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자사와 같은 리눅스 전문기업들이 기술지원에 대한 인식을 크게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허 사장은 “리눅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금융권이나 대기업에서 리눅스를 사용하면서도 외부로 알리기를 꺼려하는 정서가 있다”며 “대형 통신사나 ISP, IDC에서도 리눅스가 알려진 것 이상 확산되고 있다”며 리눅스 미래를 낙관적으로 점쳤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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