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무인카메라 위치정보서비스 막아야 하나

 무인카메라 위치정보서비스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찰청은 운전자에게 과속을 부추기고 대형사고의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 단속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경찰이 강경한 단속입장을 보이는 배경은 교통정보단말기가 경찰단속을 따돌리고 과속운전을 하려는 목적으로 판매되는 반사회적 기술이며 향후 교통단속정보를 이용한 신종 사업모델이 계속 확산될 경우 공무집행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반해 업계는 안전운전을 돕는데다 불법물이 아니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성장엔진인 텔레매틱스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발단과 배경=이같은 논란의 발단은 경찰청의 대대적 단속에서 비롯됐다. 경찰청은 운전자층에 30만대나 보급된 GPS기반 교통정보단말기가 과속사고를 부추기는 도로교통법상의 불법부착물이라며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단속의 칼을 빼들었다. 이미 한 교통정보단말기업체 대표가 구속되고 21명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경찰당국은 현재 도로교통법 48조에 ‘속도측정기기 탐지용 장치를 한 차를 운전해선 안된다’는 규정을 들어 교통정보단말기를 불법부착물이라고 주장한다.

 경찰은 또 GPS단말기가 각종 정부인증을 통과하지 않은 불법 유통물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또 경찰측은 산자부가 차량용 교통정보단말기에 Q마크 인증을 발급한 것도 문제삼아 산자부의 관련 공무원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GPS단말기는 무인카메라를 능동적으로 ‘탐지’하거나 카메라기능을 방해하는 장치가 아니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불법제품으로 간주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반박한다. 즉 무인카메라의 위치를 전파 등을 통해서 발견하는 장치가 아니라 미리 조사한 위치DB를 운전자들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전자지도여서 도로교통법상 불법부착물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경찰이 정보통신부 전파연구소에 GPS단말기를 전파법상 전자파 적합등록을 받아주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전파연구소가 자의적으로 적합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행정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파연구소가 GPS단말기에 대한 전자파 적합등록을 받아들임에 따라 경찰의 단속근거가 위협받고 있다.

 사태가 불리하게 진전되자 경찰은 관련법률을 개정해서라도 제조업체에 대한 처벌조항을 만들어 유사한 제품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찰청 교통안전과의 한 관계자는 “차량용 GPS단말기는 안전운전을 돕는다는 제조업체측의 주장과 달리 운전자에게 과속을 부추기고 대형사고의 위험을 높인다”면서 “불법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면서 단속의지를 재천명했다.

 하지만 텔레매틱스 업계는 이미 공개된 무인카메라 위치정보를 이용한 서비스까지 불법으로 간주하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이며 차세대 성장엔진인 텔레매틱스산업에 족쇄를 채우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무인카메라 위치정보가 텔레매틱스사업의 유일한 효자상품이어서 불법화될 경우 차량용 단말기를 만드는 중소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 중인 텔레매틱스업계 전반에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SK텔레콤은 네이트 드라이브의 신규 정액제 유료콘텐츠로 운전자층에 인기높은 무인카메라 위치정보서비스를 준비했지만 경찰청의 눈치만 살피는 상황이다. 한 단말기업체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차량용 GPS단말기가 대부분 합법화된 것은 위험지역에서 운전자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안전장치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면서 “첨단과학기술이 교통사고예방에 기여할 가능성을 정부가 봉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9일 텔레매틱스포럼은 13개 회원사 의견에 따라 경찰청과 정통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무인카메라 위치서비스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현재 정통부는 스스로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지목한 텔레매틱스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경찰청과 민간업계 사이의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경찰측 입장이 워낙 완강해 타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막아야 한다"

 -김종남 YMCA 사무국장

 텔레매틱스의 기술발전이 안전운전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운전자 대다수가 차량용 교통정보단말기를 과속단속을 피하는 제품이라고 인식하는 상황에서 이 단말기의 확산을 산업논리만으로 긍정하기는 어렵다.

 현행법상 교통정보 GPS단말기가 합법이냐 불법이냐 따지는 것보다 무인카메라 위치정보의 공개로 인해 안전운전에 위해요소가 증가하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운전자들이 교통정보단말기를 구매하면서 안전운전보다는 결국 법망을 피해가는 편법의 유혹을 받는 측면이 있고 제조사들은 악용될 여지를 막는 데 노력을 더해야 한다.

 어린 자녀와 차를 타고 가는데 전방 500m 앞에 무인카메라가 있다는 멘트가 나올 때만 잠시 주행속도를 줄인다면 아이들에게 준법정신을 어떻게 가르치겠는가. 교통정보단말기가 안전운전을 위한 도우미로 자리잡으려면 오히려 학교 앞 횡단보도 같은 사고위험지역에 대한 경고기능을 강화해야한다. 판매상들이 카메라단속 회피능력을 과장하는 행태도 시정해야 한다.

 텔레매틱스의 기술진보가 교통문화에 도움을 주려면 산업논리보다는 운전자 안전을 앞서 생각하는 것이 순리다.

 교통안전을 담당하는 정부당국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문제에서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해해야 한다. 대기업까지 유사한 무인카메라 정보서비스를 준비할 예정인 만큼 이번 기회에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해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활성화시켜야 한다"

 -텔레매틱스포럼 회장 삼성전자 박상근 전무

 무인카메라의 설치목적이 단속이 아니라 사고예방이라면 운전자에게 위험지역을 알려주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양성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교통단속의 목적은 결국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도모하는 데 있으며 운전자가 단속지점을 미리 인지할 경우 해당구간에서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것이어야 한다.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운전자에게 도로상의 모든 위험정보를 상세히 알려줄 필요가 있는데 무인카메라 위치정보 자체를 불법화할 경우 향후 차량용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교통안전에 기여할 여지를 스스로 차단하는 셈이다.

 야간, 악천후 속에서 뒤늦게 과속카메라를 발견하고 급정거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위험을 제거하고 안전운전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교통정보단말기는 오히려 적극 권장할 상품이다. 차세대 신성장 동력산업의 하나인 텔레매틱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핵심 킬러앱(Killer Application)인 안전운전서비스의 상용화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찰입장에서 각종 통신서비스를 통해 무인카메라위치가 공개되는 추세가 달갑지 않겠지만 사람들이 모두 교통카메라 앞에서 속도를 줄인다면 교통안전이라는 행정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다만 이동식 단속카메라의 위치까지 탐지하는 레이저디텍터 같은 불법장치를 정부가 단속하는 것은 인정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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