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메일 퇴치 `지구촌`공조 의미

스팸메일 문제가 갑자기 전세계적인 공통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스팸메일로 인한 경제·사회적 폐해가 이제 더이상 묵과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졌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최근 e메일 필터링 전문회사인 ‘메시지랩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이미 스팸이 전체 메일의 55%에 달해 인터넷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피해도 엄청나 종업원 500명 규모 기업은 월 3000파운드(한화 약 600만원), 5000명 규모 기업은 월 3만2771파운드(한화 약 6600만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됐다.

　영국의 전자상거래부 장관 스테판 팀스도 “스팸은 이미 전세계적인 문제”라면서 “특히 미국으로부터 오는 스팸메일이 급증하고 있어 각국은 미국과 공조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OECD 스팸대응현황보고서 작성에 주도적 역할을 한 안성일 OECD 정보통신정책국 스팸담당과제책임자는 “OECD 30개 회원국 중 현재 22개국이 스팸규제법안을 제정했거나 추진중”이라며 “그러나 민간 차원만의 소극적 대응이나 개별 국가의 산발적 대응으로는 스팸을 줄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공동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에 제정될 스팸가이드라인은 향후 범세계적인 규모의 인터넷 유해환경대응체제 구축의 시발점이 되는 것은 물론 현재 국가별로 추진되고 있는 스팸근절입법활동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럽과 한국에서 잇따라 열릴 스팸워크숍을 통해 제정되는 ‘스팸가이드라인’은 OECD 회원국 중 다수를 차지하는 EU국이 제정한 규제방안과 OECD에서 지난 6월 제출한 스팸대응현황보고서(초안) 및 가이드라인 등을 기본틀로 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지난 2002년 옵트인(Opt-in, 사전수신동의) 방식의 스팸규제정책을 담고 있는 ‘Directive 2002/58/EC’를 채택했다. e메일, SMS, 팩스, 자동전화 등을 이용한 스팸행위를 금지하고 기존 거래관계가 있는 고객들에게는 제한적으로 옵트아웃(Opt-out, 사후수신거부)이 가능토록 하는 강력한 규제내용을 담고 있으며 EU회원국은 오는 10월까지 자국법에 이같은 내용을 채택해야 한다.

　OECD는 또 지난 3월부터 회원국의 스팸대응현황에 대한 연구를 시작, 지난 6월에는 e메일, 인터넷 등을 통해 급증하는 국제적 사기상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회원 국가간 협력을 강화토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스팸가이드라인에는 △수신자의 사전동의를 받아야만 상업성 메일 발송 △수신자의 거부의사에 반하는 지속적인 스팸행위 처벌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ISP)의 스패머에 대한 거부권 보장 △메시지 전송시 발신자의 ID와 무료전화 명시 △제목란에 허위정보 및 기술적 조작 금지 △허가없는 제3자의 인터넷 도메인네임 사용금지 △광고 및 성인물 표시 의무화 △e메일 무차별 수집행위 금지 △규제대상 여타 전자적 매체로 확대 △개인정보 수집·교환·판매행위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제재에 대해 불가능한 입장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즉 인터넷의 탄생배경 자체의 성격상 인터넷이 규제받은 적이 없다는 점과 인터넷이 국내는 물론 세계 어디서나 올 수 있어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 스팸메일을 거부한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가 해킹될 우려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스팸메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건은 세계 각국의 공동대응이며 이같은 인식이 최근 스팸메일 규제를 위한 각국의 구체적인 공조 움직임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