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간 SoC 인력양성 경쟁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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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연세대·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등은 최근 잇따라 SoC 설계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별도 커리큘럼 및 연구개발과제를 만드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학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SoC를 차세대 성장산업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보조를 맞출 뿐만 아니라 핵심 설계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도체산업계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처럼 대학들이 구체적인 목표점이나 교육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와 기업의 국책 및 산학 프로젝트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SoC 관련기관을 세우게 되면 양적팽창만 가져오는 부실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또 자칫 잘못하면 대학들이 자금확보를 위해 정부부처와 협력하게 되면서 신성장엔진인 SoC산업 육성의 주도권을 쥐려는 산자부·정통부·과기부의 대리전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불붙은 대학간 설립경쟁=서울대와 KAIST는 최근 ‘SoC 설계 특화연구기반 구축사업단(단장 채수익 서울대 교수)’을 공동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사업단은 그동안 공정기술 위주의 대학 인력양성을 설계쪽으로 특화시키기로 하고 산자부의 지원을 받아 기업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SoC 플랫폼을 구축하고 설계방법론을 개발, 제공키로 했다. 채수익 단장은 “국내 SoC 관련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총망라하는 협의체 구성도 진행중”이라면서 “표준화된 플랫폼 기반의 SoC 설계자산(IP)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도 정통부의 ITRC사업의 일환으로 설립한 ITSoC설계기술연구센터(센터장 김재석 교수)를 기반으로 SoC 설계인증 분야의 인력을 집중 양성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세대는 경쟁력 있는 핵심 설계자산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SoC 설계오류를 최소화하는 인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특별 교육 프로그램인 ‘SoC 아키텍처’ 과정을 센터내에 설립해 연간 300명 이상의 교수·학생들이 이 과정을 수료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ICU도 ‘시스템집적기술연구소(SITI·소장 박신종 교수)’를 통해 무선랜·블루투스 등 무선통신용 SoC 검증시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을 위한 연구개발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교육의 질 확보와 자원 집중화 필요=국내에는 D램 공정기술 위주의 교수진이 주를 이루고 있는 데다 제대로 된 커리큘럼도 갖추지 않아 효과적인 SoC 설계인력을 배출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KAIST IDEC, IT SoC 캠퍼스, SIPAC 등 정부가 기존에 지원해온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 사업들의 행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유사 사업을 펼침에 따라 자원이 분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SoC 인력난을 겪고 있는 한 중소 반도체 설계업체 사장은 “대학이 인력양성에 적극 나서는 것은 좋지만 교육 프로그램을 특화하고 전문 교수진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실질적으로 산업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사실 대학들의 이번 안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IT SoC 캠퍼스 등 인력양성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아 국책연구자금 확보를 위한 몸부림으로 비친다”면서 “대학들이 학문연구·후학양성이라는 본연의 임무와 산업계의 요구를 얼마나 절충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