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제품(World Best)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의 퀄컴을 꿈꾸는 130여개의 반도체설계(ASIC) 벤처기업 사장들의 한결같은 꿈이다.
그러나 퀄컴이 되기엔 국내 기업들은 너무나 연약한 몸뚱이에 척박한 환경을 지녔다.
우선 경쟁력의 근원이 되는 기술인력과 자금규모도 극히 열악하다. ASIC설계사협회(ADA)가 최근 자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벤처기업의 절반 이상이 전체 인원 20여명에 자본금 규모도 20억원 미만에 머무는 영세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삼성과 LG, 아남, 하이닉스 등에서 일한 엔지니어 출신들로 기술 이외에 마케팅이나 영업부문에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이들에게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이렇다할 교육기관이나 전문적인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을 제외하곤 모든 걸 어깨너머로 배워 사업을 시작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들 벤처기업은 막상 제품을 개발해도 상용화가 하늘의 따기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불신이라는 벽이다. 국내에서는 벤처기업이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개발해도 쉽사리 인정을 받지 못한다. 가까운 국내시장을 놔두고 멀고도 힘든 해외시장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
반도체설계 벤처기업들이 이같은 안팎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컨소시엄 구성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인력과 자원을 서로 공유해 영세성의 문제를 극복하자며 손을 맞잡았다. 낯설고 힘에 겨운 마케팅도 공동으로 펼치겠다는 각오다.
이같은 일은 결코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각자 서로 다른 노선을 가던 기업들이 무조건 한배에 올라탄다고 해서 순항을 기대하기엔 이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옛말도 있다. 뜻을 같이 했던 기업들이 도중에 이탈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태풍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렵사리 한배를 타겠다는 결정을 내린 이들의 의지에 우선 박수를 쳐줘야 한다. 시장환경만 탓하지 않고 스스로 힘을 키워 정면 도전하겠다는 각오에 격려를 보내고 싶다. 이들이 흩어진 인력과 기술을 모아 만들 월드베스트 상품을 기대해 본다.
<디지털산업부·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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