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화제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오세암’ 개봉 이후 투자자들과 제작자들 사이에 열띤 대화가 오고 갔다.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았던 ‘오세암’이 불과 10만의 관객도 모으지 못한 데 따른 이야기였다. 당시 일부 투자자들은 애니메이션 수익성에 회의를 보였고 제작자들은 이같은 경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맞섰다.
투자자들의 논리는 한마디로 ‘돈 안되는 애니메이션에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 투자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니모를 찾아서’ 등의 애니메이션이 국내 관객동원에 성공을 했지만 그것이 곧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은 외국 애니메이션의 성공이 오히려 한국 애니메이션의 완성도와 수준에 대한 비판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의 자금회수율이 영화에 비해 미흡하다. 돈 달라는 데는 많은데 비싼 수업료 지불하고 1∼2년 기다려서 자금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는 없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상품을 원하지 작품을 원하지 않는다”며 상품성 없는 상품에는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예술작품을 만들려면 투자자를 찾지 말고 혼자 작업을 하든지 정부에 예술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매달리라는 얘기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의 논리는 당연하다. 궂이 세계 애니매이션시장이 조선시장보다도 크기 때문에 충분히 육성할 가치가 있다거나 지금은 그만한 손실을 감안해야만 나중에 더 큰 수확을 거둘수 있다는 등의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날 대화에 참여했던 제작자들의 입장도 충분히 수긍이 간다.
특히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데는 빨라야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지속적인 수입이 창출된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이제 겨우 새 싹을 틔우고 있는 이 때 벌써부터 자금회수를 운운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생각”이라며 아쉬워한 한 제작자의 말은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계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했다.
사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상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나라는 전세계를 통틀어도 한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올해 개봉했거나 개봉할 창작 애니메이션이 3편이 넘는다.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정서에 맞추려고 애쓴 작품들이다.
투자자들의 속성이 수익을 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제 막 결실을 보려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와 조만간 다가올 더 큰 수익을 위해 참고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상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애니메이션팀장 sanggill@koc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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