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성장엔진 발굴 프로젝트를 놓고 첨예하게 얽혀있는 과기·산자·정통 3부처(안)의 사전 조정작업이 청와대측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 또다시 결렬됐다.
청와대 정보과학보좌관실이 과기·산자·정통 등 3부가 지난달말 내놓은 각 부처안을 중심으로 부처별 실무 관계자, 부처 추천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이달초부터 지난 24일까지 약 2주간에 걸쳐 조정을 벌였으나 끝내 합의점 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청와대는 이 프로젝트가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어떤식으로든 범부처 단일안을 만들어 강력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극적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핵심 쟁점사항=청와대가 과학기술자문회의(국정과제1조정관실)까지 동원해가며 중재에 나섰음에도 불구, 끝내 사전조정이 실패로 귀결된 것은 결론적으로 로봇, 디지털TV, 디스플레이 등 향후 국가적인 핵심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3∼4가지 아이템 때문이다.
특히 로봇은 3부처 모두 미래 전략개발사업으로 밀고 있는 핵심 쟁점분야다. 이미 과기부가 10년짜리 ‘21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 신규과제로 로봇을 최근 낙점했으며 산자부와 정통부도 산·학·연을 동원, 중장기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한 상태다. 그런 만큼 어느 부처도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왜 합의점을 못찾나=표면적으로는 이들 아이템의 기술적 파급효과가 클 뿐 아니라 산업의 성격상 소관부처가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가령 로봇의 경우 과기부가 원천 및 기초 요소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산자부는 산업의 인프라로서, 정통부는 궁극적으로 네트워크에 물린다는 점에서 IT의 연속선상이란 해석이다. 디스플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LCD·PDP를 잇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원천기술과 핵심 재료가 중요하지만 제품 및 산업으로서의 가치가 높고 IT와 맥을 같이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디지털TV 역시 산자부는 포스트TV로 보고 있는 반면 정통부는 방송 및 통신기술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각 부처가 이들 아이템이 어떻게 조정되느냐에 따라 역할과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기초기술과 산업, 전자와 통신이 융합되면서 부처 고유의 영역이나 역할이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정작업은 추후 각 부처의 영역을 규정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정부조직개편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 각 부처는 생존을 걸고 영역을 사수하려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공은 대통령에게=청와대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측은 이에 따라 앞으로 부처별로 ‘각개전투식’ 후속조정을 거쳐 의견을 최대한 좁혀나가되 끝내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대통령의 직권조정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2∼3가지 복수 조정안을 마련, 다음주중 대통령 주재하에 박호군(과기)·윤진식(산자)·진대제(정통) 장관 등이 참석하는 관계부처 간담회를 열어 이 자리에서 최종 단일안을 도출해낼 방침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관계자는 “계속 조정이 안이루어진다면 대통령 중국 방문 이전인 다음주께 3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간담회에서 결론낼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이 프로젝트가 전문성이 높은 만큼 관계장관회의 이전에 차관급 회의를 열어 의견차를 좁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 프로젝트가 G7 이후 최대 국가R&D 프로젝트일 뿐 아니라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결국 몇몇 핵심 아이템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추첨식을 도입하지 않고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최고 국정책임자인 대통령의 판단에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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