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 가운데 하나가 유통업이다. 한 번 꺾여진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주요 유통업체는 요즘 죽을 맛이다. 영업시간 연장, 가격파괴,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수요를 자극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형 대형 유통점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집단 전자상가를 비롯해 동네 슈퍼마켓 등 이른바 ‘개미’ 소매점은 외환위기(IMF) 당시보다 더 힘들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상을 짓고 있다.
유통업계의 불황을 넘을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정보화다. IT를 활용해 원가절감은 물론 좀더 과학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의 서비스 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정보화와 관련해 ‘첨병’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바로 판매시점관리(POS)시스템이다. POS시스템은 쉽게 얘기해 상품판매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해 기록하는 체계다. 유통업체에서 POS시스템의 기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상품의 바코드를 읽어 정산을 해주는 일은 극히 일부분이다. POS시스템을 통해 유통점은 제조업체와 품목 등 각종 상품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매출동향을 파악하고 재고수준을 유지하는 등 상품관리와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타깃마케팅, 고객관리 등 서비스 수준을 한층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POS시스템 보급률은 극히 미약하다. 대형 유통점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대부분의 소매점은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보급된 POS기기 수가 대략 2만5000대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은 물론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의 15만대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치다. POS시스템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관심, IT기업의 기술개발과 시장개척 노력 등이 뒤따라야 한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매 유통점에서도 정보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마인드 전환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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