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삼성전자의 만남은 정보기술(IT)시장의 틀을 다시 써야 할 정도로 ‘태풍의 눈’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내기업 관행상 대기업들이 제한적으로 일부 사업에서 투자나 마케팅 제휴를 맺은 적은 있지만 KT와 삼성전자처럼 포괄적인 미래사업 협력은 아주 이례적이다.
◇왜 손잡나=사실 두 회사는 미래성장산업을 놓고 고민을 해왔다. KT는 주력사업인 유선사업이 한계에 부딪쳤고 삼성전자도 반도체·TFT LCD·휴대폰 등에서 세계 1, 2위에 올랐으나 경쟁격화로 인해 더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쉽지 않는 실정이다.
더구나 IT 시장환경 자체가 기술융합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경우 제조업에 더이상 의존할 수 없게 됐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사업과 결합된 새로운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KT도 유무선융합과 방송통신융합에 따른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어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협력구도=두 회사의 협력은 포괄적이다.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협력구도를 그려가는 셈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미래 수종사업을 공동 발굴하는 수준이지만 제휴의 수위는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차세대 수익원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관계자도 “우선 협력 전담조직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으로 사업제휴의 추동력을 갖출 계획”이라며 “비록 선언적인 정도지만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의지를 밝힌 만큼 시늉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선 통신과 디지털기기 기술을 묶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IT상품들이 거론되고 있다. 당장 초고속 통신서비스와 지능형 가전을 결합한 이른바 ‘디지털홈’ 분야다. 디지털가전은 물론 홈게이트웨이·홈서버·TV플랫폼 등 차세대 기술을 매개로 공동사업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초기 시장조성 단계인 유무선통합 분야도 주목해야 할 협력 대상이다. 집에서는 가정용 무선전화기로 쓰다가 밖에서는 CDMA 이동전화로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원폰’ 서비스 개발에 양사가 힘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어떻게 될까=KT는 서비스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삼성전자는 IT분야의 기술과 제조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어 두회사의 결합은 아주 이상적이다.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차세대 디지털홈 시장에서 양사의 시장선점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며 “또한 KT의 전략적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디지털홈 사업의 든든한 후원자로 버티고 있다는 점도 힘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 성과를 거둘 때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로선 상호투자 등 제휴를 강제할 만한 장치가 없는 수준인데다 두 회사의 결합을 바라보는 외부의 눈도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협력 자체가 경쟁업체에 주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무게에 비춰볼 때 경쟁업체들도 가만히 앉아 삼성과 KT의 협력을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쟁업체인 SKT와 LG전자의 행보가 바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를 계기로 국내 업체간 살아남기 위한 합종연횡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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