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는 물론 세계 경기가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회복론을 펴고 있지만 체감경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드물다. 세계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한결같이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몇달 가지 않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들도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하다.
경기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니 외국의 대부분 기업체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재계 지도자들과 삼계탕 집에서 만나 투자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가 경기부진을 투자로 돌파해 보려는 고육지책이었겠지만 기업체들이 움직이는 기색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상의 어느 나라 기업체라 하더라도 확실한 전망이 없는 상태에서 쉽게 투자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기업체들은 지금 대규모 투자를 할 만한 매력있는 산업, 소위 수종산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존 산업에 투자하려해도 각종 규제 때문에 어렵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정부가 그만한 투자 유인책을 제시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공장 증설건도 정부의 규제에 묶여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지역 균형개발을 위해 일부 라인을 지방으로 이전하기를 원하지만 삼성측은 장치산업인 반도체산업 특성상 라인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결국 정부와 삼성은 일부 라인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조건으로 기흥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이 투자시기가 중요한 반도체산업 특성상 더 이상 미루다가 ‘실기’할 것을 우려했는지, 정부의 ‘괘씸죄’를 두려워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어쨌든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민간기업에 투자하게 하면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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