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다음의 온라인 왕국

 “다음은 어디로 튈까.” 

 다음이 11일 200억원 규모의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를 설립하겠다는 발표를 들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젠 별걸 다 하는군”이라는 냉소적인 시각에서부터 “돈냄새는 기막히게 맡는군.” “기존 보험사들 좀 떨겠군.” 등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쇼핑·다음취업·미디어다음 등등 파트너모델보다는 웬만한 사업은 직접 추진하는 다음이 이번에는 자동차보험시장 진출까지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진출건은 그저 수입억원대의 짭짤한 매출을 올리는 수준인 기존 사업과는 달리 8조∼10조원대 시장을 겨냥한 큰건이다. 연간 3%의 시장을 차지하겠다고 하니 액면 그대로 믿으면 다음의 자동차보험 매출규모만도 2400억∼3000억원에 이른다. 다음포털을 비롯한 모든 사업매출을 다 합해봐야 1000억원 안팎이니 이전과는 사뭇 다른 비즈니스 그림이 나온다. 방대한 사용자를 모아 놓았고 원가부담도 크지 않으니 그 중 몇%만 다음을 통해 보험계약을 해도 큰 수확이라는 주판알을 튕겼을 법하다. 좀 더 상상의 나래를 펴서 이렇게 불어난 매출로 온라인 증권사도 차리고, 온라인 학교도 만들고, 온라인 부동산거래소도 개소하고 이런 생각을 해보니 그야말로 다음의 온라인 왕국건설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여진다.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해 더욱 경쟁력있는 상품과 서비스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다음의 계획에 딴죽을 걸 마음은 없다. 기업은 늘 사업확장과 수익성 제고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고 기회가 있을 때 달려들어 과감하게 투자하는 승부사 기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 저것 신규사업을 발표하는 다음의 모습에서 자신있게 사업을 추진하는 거인의 풍모보다는 뭔가 쫓기는 듯 안절부절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다음카페가 해킹당하고 한메일에 대한 사용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고 게임 등 신규진출 분야의 경쟁력도 별반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계속 사업분야만 늘려가는 모습이 혹시 조급증의 또 다른 표현은 아닐까.

 다음이 그저 현재의 방대한 사용자 하나만 믿고 규모를 키우는 데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사용자들이 ‘다음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다음이라서’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순간 다음의 정체성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다. 다음과 같은 포털은 국내에 많기 때문이다.

 <정보사회부·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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