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제조업체와 서비스사업자간 경쟁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휴대폰업체들이 서비스업체에 의존해오던 단말기영업에서 탈피, 자체유통망을 통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선 데 대해 서비스업체들은 단말기 자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전사적인 유통혁신 차원의 일환으로 휴대폰 판매 전문점을 30∼40개 가량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유통점 확대가 필요하다”며 “대리점 개설시 매장임차 보증금 등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전체 휴대폰 판매량의 30%에 머물던 유통비중을 올해 40∼5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3월 SK텔레콤용 휴대폰 유통사인 SK글로벌의 사태로 휴대폰 공급량이 줄어들자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판매량을 늘린 결과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전체 판매량의 50% 이상을 유통으로 달성, 이동전화서비스업체들의 원성을 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도 전체 판매량 60만대 가운데 45% 정도인 27만대 정도를 자가 유통망을 통해 팔았다. 올들어 석달 연속 유통비중이 40%를 넘어선 것이다.
서비스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유통시장 진출을 머뭇거렸던 LG전자도 유통망 확충에 적극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용산 전자상가 등 양판점을 중심으로 지역매니저를 두고 ‘싸이언’ 고객 유치에 나서면서 유통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서비스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최대한 유통 비중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대기업에 비해 자체영업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중소단말기업체들도 유통망정비에 나서고 있어 서비스사업자에 의존하던 직판물량의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사업자들도 반격의 카드를 꺼냈다. 단말기 자회사를 ‘조커’로 활용하면서 제조업체들의 유통 강화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
SK텔레콤은 지난달 SK텔레텍 휴대폰 17만대를 판매했다. SK글로벌을 통해 판매된 물량의 35% 수준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다양한 단말기 확보를 위해 단말기 자회사와 전략적인 관계를 가져가고 있을 뿐 제조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제조업체들은 “SK텔레콤이 자회사를 통해 휴대폰 물량을 조절하며 제조업체들을 길들일 것”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SK텔레텍은 지난달 1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KTF도 KTFT를 통해 생산한 전용 단말기를 4만대 가량 공급, 제조업체들을 견제했다.
서비스사업자들은 또 제조업체의 유통대리점을 통해 판매되는 휴대폰의 등록을 받지 않거나 교묘하게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제조업체들의 발을 묶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 제조업체 관계자는 “LG텔레콤은 두달째 제조회사에서 직접 판매된 휴대폰을 등록시켜 주지 않고 있으며 KTF는 등록을 지연시켜 제조업체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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