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인증사업 겉돈다

산자-정통부 부실한 운영불구 공정위도 참여

정부가 지원하는 전자상거래(EC) 인증사업이 겉돌고 있다. 특히 이미 산자부와 정통부가 시행중인 사업도 지지부진한 판에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 보호 차원의 또 다른 인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부처간 밥그릇 싸움과 중복정책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올들어 쇼핑몰 등에 대한 전자상거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 입법 발의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을 통해 상거래의 신뢰성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인증제도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쇼핑몰의 신뢰성에서 개인 정보 보호, 시스템 안전성까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필요한 조건을 충족할 때 이를 부여해 전자거래의 대표 인증제도로 육성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현재 이를 정부가 직접 관할할지 아니면 협회나 단체에 위임할 지를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다른 기관에서 추진중인 인증마크가 대부분 정부 후원을 받아 민간 주도로 추진되는 데 반해 공정위는 정부가 직접 신뢰성을 부여해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다른 제도와의 차별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인증제도는 비슷한 취지로 이미 산자부와 정통부 등에서 시행중이어서 부처 간 정책혼선은 물론 사업중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인증도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제도가 추진돼 순수한 소비자 보호 목적보다는 해당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부처의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실제로 산자부가 지난 99년 소비자 보호와 거래 안전성을 목적으로 시작한 ‘e트러스트 제도’는 올해로 5년째를 맞지만 이달 현재 회원사가 73개에 그치고 있다. 정통부 후원으로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에서 시행중인 ‘I-세이프’ 제도 역시 이를 이용하는 업체가 불과 21개에 그쳐 사실상 이름뿐인 제도로 전락했다. 그나마 정통부와 산자부 주도로 지난해 상반기 쇼핑몰 사이트의 개인 정보 취급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e프라이버시’ 제도가 85개 회원사로 가장 이용률이 높지만 5000개로 추산되는 전체 쇼핑몰 사이트에 비하면 회원 수가 극히 적은 실정이다. 이들 인증제도는 심사료를 제외하고 모두 매월 30만∼100만원 상당의 인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쇼핑몰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 인증제도를 비롯해 표준약관 준수와 일부 협회 회원사 마크 등 다양한 인증마크가 있지만 실상 소비자가 이를 보고 쇼핑몰의 신뢰성을 인정하는 것은 극히 일부”라며 “현재 시행중인 인증제도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데 또 다른 인증제도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모르는 전시행정의 산물이며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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