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3000억원을 쏟아부어 개발한 다목적 세단 ‘라비타’의 내수판매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4월 24개월간의 개발기간 끝에 첫선을 보인 라비타는 그해 내수 1만1000여대, 수출 2만7000여대를 판매한데 이어 기대를 모았던 지난해 내수는 1만대로 오히려 줄었고 수출이 5만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출시 당시 현대차가 잡은 목표는 내수 4만대, 수출 6만대 등 총 10만대 판매였다. 내수의 경우 당초 예상의 25% 수준에 머물고 있고 수출 역시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라비타는 현대차가 세계 완성차업계의 흐름에 동참하고자 야심차게 만든 ‘크로스오버(복합기능) 세단’. 국내 첫 복합기능 차량으로 승용·미니밴·RV의 장점을 혼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통형 세단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라비타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배기량 1500cc와 1800cc 두모델인 라비타는 각사들의 준중형 차량에 참패했다. ‘이왕 살바에는 승차감과 스타일이 좋은 세단형이 좋다’는 소비자 인식의 벽을 넘지못한 것이다.
라비타가 내수시장 공략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다목적 세단을 칭하면서 가솔린 엔진만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 현대차는 올해 경유차 규제완화가 풀리면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는 라비타 디젤엔진을 국내에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이 역시도 다른 완성차업체들의 반발로 미뤄지면서 향후 시장전망이 더욱 어두워진 상태다. 세단형에 비해 현저하게 차이나는 소음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주요 원인.
이에 대해 현대차측은 “내수시장 1만대 판매는 현대차 생산차종 가운데 최저 수준”이라며 “최근의 해외시장 선전이 내수시장 참패로 빛이 바래고 있다”고 울상이다.
현대차는 최근 ‘모델리어’한 2003년식 라비타를 내놓고 내수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이 역시 시장에서의 반응은 불투명하다. 새롭게 선보인 라비타 모델이 중정비 보증기간 연장 및 몇몇 사양을 기본 적용한 것 외에는 이전 모델과 별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국내 영업부서의 한 관계자는 “라비타의 부진은 아직 국내시장에 크로스오버 세단이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면서 “내부에서조차 몇년 늦게 출시했으면 히트쳤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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