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게임전시회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가 열리는 미국 LA 컨벤션센터. 그중에서도 소니, EA, 비벤디, 유비소프트 등 세계적인 게임업체의 부스가 즐비한 사우스홀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이 저마다 작은 비명을 지른다.
‘영화야? 게임이야?’
영화에 버금가는 그래픽과 웅장한 사운드,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관람객들을 게임과 영화의 구분을 일순간 무너뜨리는 등 혼란속에 빠져들게 한다.
이런 게임기술 향상을 반영하듯 올해 E3에는 ‘영화와 게임의 만남’이라는 트렌드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그야말로 영화가 게임이 되고 게임이 영화가 되는 세상이 예고된 셈이다. 이번 E3에서 발표된 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들만 꼽아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니 관람객이 영화제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잘 알려진 영화 ‘매트릭스’는 물론 ‘반지의 제왕3’ ‘터미네이터3’ ‘슈렉2’ 등도 게임으로 만들어진다. ‘헐크’ ‘007’ 등 화제 영화들도 게임으로 다시 태어난다. ‘스파이더맨2’ ‘와호장룡’ ‘미녀삼총사’ 등도 모두 영화와 게임이 만난 작품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 여름 개봉 예정인 ‘헐크’도 게임으로 선보인다.
이들 게임의 두드러진 특징은 영화 제작 초기부터 게임이 함께 기획돼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
가장 대표적인 예는 ‘매트릭스’. 게임 ‘엔터더매트릭스’는 영화 ‘매트릭스2’와 ‘매트릭스3’ 제작과 함께 기획됐으며 영화 개봉에 맞춰 발매됐다. 아직 개봉되지 않은 영화 ‘반지의 제왕3’ ‘터미네이터3’ ‘슈렉2’ ‘스파이더맨2’ 등도 게임과 영화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영화는 게임의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영화가 게임을 띄우고 게임이 영화를 띄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작 영화와 게임일수록 엔터테인먼트 장르 결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와 게임의 만남’의 또다른 특징은 상당수의 게임들이 영화의 주인공과 배경만을 차용할 뿐 전혀 다른 줄거리를 통해 영화와는 또다른 맛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매트릭스2와 매트릭스3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게임 ‘매트릭스’뿐만 아니라 ‘와호장룡’ ‘007’ 등도 게임만의 스토리를 제공하고 있다. 영화가 게임을 만난다면 영화에서 표현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와 게임의 절묘한 만남이 시도되고 있는 2003 E3. 두 엔터테인먼트 장르가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 때문에 게임은 더욱 화려해졌고 관람객들은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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