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품질 향상을 위한 좌담회

 ‘내가 갖고 있는 데이터베이스(DB)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데이터베이스가 지식정보산업의 발전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떠올랐다.

 그러나 데이터베이스 품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도구나 품질관리체계가 미흡하다보니 낮은 품질의 데이터베이스가 난립하는 실정이다. 기업들은 대용량의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 방법을 몰라 쓰레기로 방치하는 일이 허다하다.

 14일 전자신문과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는 공동으로 ‘데이터베이스 품질 향상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 국내 데이터베이스 품질의 현주소와 품질 향상을 위한 방안, 데이터베이스 품질의 중요성을 진단해봤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스타DB를 발굴, 우선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또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DB에 대한 평가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우리나라 데이터베이스 산업은 갈수록 정체되는 분위기다. 데이터베이스를 응용한 의료, 정보, 교육 등 관련 애플리케이션 산업은 팽창하는 반면 데이터베이스 산업 자체는 위축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데이터베이스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적 팽창에 급급하기보다는 질적인 수준을 높여서 사용자로 하여금 가치를 느끼고 수요를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다면 데이터베이스 품질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개념을 우선 정리해보자.

 ◇이재관 대표=선진국에서는 데이터통합, 보안, 사생활보호 세 가지가 데이터베이스 품질을 규정하는 요소다. 해외 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DB관리자를 두고 데이터통합과 보안 업무를 전담하게 하고 있다. 사생활보호는 아직 해외에서도 널리 도입되지 않은 개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DB관리자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데이터통합이나 보안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데이터베이스 품질이라는 개념은 이제부터 논의해서 적립해야 할 과제다.

 ◇최명규 실장=우리 센터에서는 지난해 일반 기업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베이스 품질평가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품질평가의 당위성에 대한 질문에 92%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고객들이 데이터베이스의 품질에 대해 상당히 불만이 고조돼 있고 품질평가에 대한 잠재수요가 높다는 분석이 된다. 품질평가가 DB 품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90%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0여년 전에 비해 DB를 생성, 유통하는 기관 수도 늘어나고 DB의 양도 20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막상 무수한 DB 중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데이터는 많지 않다. 특히 인터넷에서 너무 많은 정보가 범람하고 기업들이 정보전에 사활을 걸면서 DB의 수명이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짧아졌다.

 ◇이형철 대표=데이터 품질은 자연스럽게 부각된다고 본다. 다시 말해 좋은 데이터베이스냐 나쁜 데이터베이스냐를 인지하고 판단하는 것은 여러 데이터를 한데 모아놓고 동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이뤄진다. 기업들은 목적에 맞는 전략적인 정보를 원하고 또 그때 그때의 수요에 따라 가공하기를 원한다. 기업이 원하는 정보가 얼마나 많은지 또 얼마나 체계적인지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대우전자에서 특허관리 업무를 관장할 당시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두 세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함께 사용했다. 100% 완벽한 데이터베이스란 없지만 데이터베이스간에도 정렬이 잘 돼 있는지 누락이 많은지가 확연히 구분된다. 데이터베이스의 품질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재관=데이터와 정보지식을 구분해야 한다. 데이터베이스 품질을 논한다는 것은 이제야 정보의 중요성을 절감한다는 의미다. 내 목표에 맞는 데이터가 없다면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도 필요가 없다. 데이터베이스의 관리 방향이 내 목표와 항상 일치하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사회=옳은 지적이다. 품질이 경쟁력이며 공급자도 수요자도 동일하게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데이터베이스를 보는 관점이다. 아까 언급된 대로 관리, 보안, 사생활보호를 잘 지키는 것이 공급자의 관심이라면 수요자는 나에게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원한다.

 ◇이형철=최근 해외 전시회에서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바이어들은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설명보다는 우리 DB가 제공하는 실질적인 데이터 상품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했다. 데이터베이스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고객에게 얼마나 편리하고 유익한 데이터를 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이재관=기업들이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데만 몰두하다가 품질을 추구하게 됐듯이 데이터베이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상품 가치로서의 품질을 얘기하게 된 것이다.

 ◇사회=데이터베이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재관=인하우스 데이터베이스의 경우 데이터를 DB안에 넣는 소프트웨어나 매체 개발에만 관심을 집중시켜 왔지만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관념을 버리고 보다 넓은 시각에서 데이터를 경영하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영(Management)은 개발과 관리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초기 개발보다는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관리없이 개발 위주로 DB를 바라보다 보니 아키텍처가 바뀔 때마다 새롭게 개발해 투자를 반복하고 있는 현실이다. 개발 위주 문화를 바꿔야 한다.

 ◇박재성 위원=사회 전반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 DB를 운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버 기술도 미흡하다. 주요 기술의 90% 이상을 외국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좋은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어도 DB를 운영하는 기술을 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DB의 질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오히려 초기에 올바른 유통체계나 관리체계를 적립하는 게 시급하다.

 ◇사회=개발하는 데 치우치기보다는 개발한 DB를 관리하는데 투자해야 살아있는 DB가 된다는 지적은 매우 좋은 의견이다. DB관리 기술의 외산종속 문제 역시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우선 외산 기술로라도 DB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된 이후에 자체 기술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번에는 품질관련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들어보자. 품질에 대한 피드백을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체계가 있다면 품질관리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평가 시스템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나.

 ◇최명규=공공부문에서 많은 예산이 투입돼 DB를 제작해오고 있으며 현재 평가체제 구성을 준비중이다. 또 DB가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사회적인 반향이 크다고 판단되는 DB 40개를 선정, 상시적인 모니터링과 분석까지의 종합적인 체계를 구축하겠다.

 ◇이재관=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정부 산하 연구기관만 봐도 유사한 데이터베이스가 별도로 존재한다. 이 방대한 데이터들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전담기관을 선정해 우리나라 전체 DB에 대한 저장소(Repository)를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또 정확한 평가시스템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정보 수요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형철=평가도 경쟁체제가 되면 질이 높아질 것이다. 외국의 경우 다양한 평가기관이 있어 좋은 정보를 비교,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권위있는 평가기관들이 많이 나와 균형있고 객관적인 시각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특정 평가에 대한 맹신을 경계해야 한다.

 ◇박재성=전적으로 공감한다. DB 품질을 올리려면 공급자가 좋은 DB를 생성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요자도 DB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도 제반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정부나 수요자, 공급자 간 이러한 공감대가 덜 형성된 것 같다. 언론뿐 아니라 이 자리에 계신 전문가 여러분이 인식 제고에 힘써야 할 의무가 있다.

 ◇사회=데이터베이스는 더 이상 양이 아닌 질로 평가받는 시대가 온 것은 확실하다. 또 데이터베이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시장 주체들이 품질의 중요성을 깨닫는 인식의 전환, 객관적인 평가 잣대들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장시간 토론에 활발히 참여해 주신 전문가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또 데이터베이스 품질 향상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여러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당부하고 싶다.

<정리=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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