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가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돼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범용 부품·소재업계가 새로운 선택과 도전에 나섰다. 강국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중국이 취약한 고도 부품·소재에 승부를 걸기 위해서다. 범용부품·소재산업은 차세대 성장엔진의 밑거름이자 21세기 한국경제의 돌파구기도 하다. 사운을 건 이들의 변신에는 더이상 경계가 없다. 생존과 도약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는 자세다.
◇버려야 산다
백화점식 경영형태가 사라지고 있다. 부품·소재업체들은 비핵심사업의 철수 대신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매각·분사 등 구조조정으로 튼튼해진 경영자원을 수종사업에만 집중해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올들어 수정진동자·레조네이터 등 사업부문을 과감히 정리한 데 이어 몇 개 품목을 추가로 정리할 계획이다. 특히 편향코일 생산법인 브라질 사업장을 매각하는 등 해외사업장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이에 앞서 이 회사는 전기이중층콘덴서·알루미늄전해콘덴서을 정리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이 같은 선택으로 생긴 여력 등 모든 경영자원을 기판·적층세라믹콘덴서·광픽업 등 3개 품목에 집중해 세계 1위를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광픽업의 경우 올해 AV애플리케이션시장에서 일본 소니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삼성전기 이상표 팀장은 “정리한 사업부문의 경우 중국·대만업체들의 파상적인 가격공세로 샌드위치 사이의 소시지와 비슷한 상황이었다”며 “비록 매각으로 일정기간 매출 역신장의 우려가 있지만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우영(대표 박기점)은 교통신호등 시장 진입을 위해 광소자(LED)사업을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올해 사업을 아예 포기했다. 현재 이 회사는 미국 애질런트로부터 구입한 50억원 규모의 LED 재고를 넘기기 위해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이 회사는 TFT LCD 및 브라운관 등 디스플레이사업에 총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LG화학(대표 노기호)은 온산 에폭시 생산공장·영업권 등 사업권 일체를 지난해 독일 베이크라이트(Bakelite)에 1700만달러에 매각했다. 전기·전자·건축 등에 사용되는 기능성 수지인 에폭시 시장에서 LG화학은 연 2만5000톤을 생산, 국내 2위의 시장점유율(22%)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비핵심사업으로 분류해 과감하게 버린 것.
이 회사 노기호 사장은 “에폭시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어 매각했으며 이는 미래지향적인 사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강도있는 구조조정의 일환이었다”며 “정보전자소재 등 미래 전략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경쟁력이 없는 비핵심사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광부품업체인 지누스(대표 이윤재)는 최근 광사업부문을 분사시켰다. 이 회사는 적자를 지속하는 광사업부문이 전체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영업과 홍보 등 일부 경영활동은 모회사에서 담당하지만 생산법인은 별도법인으로 독립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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