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정보화 정책을 내실 위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가닥을 제대로 잡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정보화를 통한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는 세계적 추세고,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만큼 기업이 이미 구축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와 정보시스템 등 정보화기반을 경영에 제대로 활용,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IT강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가 펼쳐온 3만개 중소기업 IT화사업, 소기업 네트워크사업 등 기업정보화 정책들은 양적 보급에 초점을 맞춘 지원 정책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정책들이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정보화 투자 확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활용 측면에서 보면 단순한 업무 전산화 수준에 그치는 등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통부가 지난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가 기업 내부 정보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게 이를 말해준다. 기업정보화 성숙도가 ‘기업간 정보화’나 ‘지식정보화’ 단계로 높아져야 본격적인 산업경쟁력 향상이나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우리기업의 정보화가 아직 그런 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부끄러워 할 일이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에도 기업정보화 수준이 낮은 것은 정보화의 응용과 활용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중에서 기업 자체적으로 정보화에 대한 이해 및 최고경영자의 마인드 부족과 중소기업에 적합한 콘텐츠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종전과 달리 기업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기업 스스로 정보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방향타와 인프라 지원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특히 기업정보화 수준을 신용도와 연계시켜 신용평가 항목에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정보화 투자를 확대하는 데 있어 유효한 수단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 개발과 정보화교육 강화, 소기업용 비즈니스 모델 개발·보급에 주력하기로 한 것은 사각지대인 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정보화 활성화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우리가 지적한 소기업네트워크사업의 부실은 자영업자의 실정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기업정보화의 수준을 높여 나가는 1차 책임은 기업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정보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구조적 딜레마는 ‘왜 정보화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는 과정조차 안되어 있다는 점이다. 설령 알고 있다하더라도 중소기업 실정에 맞는 정보화 전략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외부 환경이 역부족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정보화를 구체적으로 자문·대행 및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이와함께 중소기업 여건에 맞게 정보화 추진 리더를 발굴하는 인력양성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정보화 인력은 꼭 고급 기술자일 필요는 없다. 정부 계획대로 정보산업고 등 실업계 고교에서 실용적인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기업 스스로도 정보화에 대한 이해부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활용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정보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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