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울의 중간지점인 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AMLCD사업부로 향하는 시원스레 뚫린 6차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니 도로 주위로 만개한 철쭉들이 늦봄의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금요일 오후의 고속도로는 1시간만에 천안톨게이트로 인도했다. 최근 조성되기 시작한 대학과 공장, 신흥산업단지 속에 남서방향으로 15분 정도 달리자니 삼성전자 천안 LCD공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최근 명칭을 바꾼 AMLCD사업부의 정문에 도착하니 거대한 건물 2개 동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최대 LCD 패널을 생산하는 라인이 들어서 있는 삼성전자와 우측에 PDP 패널을 만들어내는 삼성SDI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AMLCD사업부는 대지 15만709평에 건평만 9만3215평을 차지하고 있다.
축구장의 대여섯배나 되는 공장은 머리카락 한올을 허용하지 않아 두건과 마스크로 작업해야 한다. 하지만 공장에 투입된 인력은 20명에 불과하다. 완전 자동화가 아니면 생산 자체가 어려운 이 공정은 내부 온도가 언제나 24℃, 비오는날의 습도는 40%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도 기흥과 함께 새로운 LCD패널의 중심축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곳이 이곳 천안이다. 함께한 삼성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앞으로 천안지역을 명실공히 세계최대의 LCD패널 생산 집적 시설로 키워 모니터와 LCDTV분야의 글로벌 중심을 만드는 구상을 실현해가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원대한 꿈을 설명했다.
천안에서 삼성은 현재 월 100만개의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 3, 4라인 그리고 오는 7월까지 100만개를 생산하게 될 5라인을 합쳐 하반기에는 17인치 이상의 패널을 월 200만개 생산하는 시설을 갖추고 풀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LCD TV생산업체인 샤프를 넘어서는 세계최대의 기업 부상도 조만간 가능해질 것이란 생각이다. 생산성이 맞지 않는 소형을 줄이고 중대형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지난 1분기 세계 생산량 1위 자리를 대만에 넘겨주긴 했지만 5라인이 당초 9월에서 7월로 앞당겨 풀가동에 들어가면 판세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수익기조의 기반에는 시장 수요와 생산능력, 끊임없는 연구, 철저한 시장에 근거한 마케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함께 한 장원기 센터장의 자신에 찬 말이다.
그는 “지금도 주문량의 20% 가량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만큼 수요가 충분하고 90%의 수율로 대만보다 원가 경쟁력에서 15% 이상 앞서는 등 세계 제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자랑스레 설명한다.
차세대 제품에 대한 연구노력 또한 세계일류를 지향한다. LCD매출액의 6%를 대형 글라스 그라스 공정설비 개발이나 새로운 구동방식 연구, 4가지색으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다.
5라인 뒤켠의 6라인 건설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타워크레인은 향후 한국의 성장엔진으로서 한국의 10년간 끄덕없이 먹여살릴 모듈라인의 설립현장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었다. 내년에 7라인까지 천안 탕정면의 삼성테크노컴플렉스에 건설되면 그야말로 천안은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생산엔진으로 우뚝서게 된다.
◇인터뷰/장원기 전무·AMLCD사업부 디스플레이디바이스 센터장
“천안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삼성직원 6000명과 향후 추가로 늘어날 인력들의 자녀교육을 책임질 교육시설의 부족입니다.”
AMLCD사업부 디스플레이디바이스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장원기 전무(48)는 전체 직원들의 15%만이 자녀를 천안 초·중·고교에 보내고 있을 뿐 나머지는 아산이나 근무지에서 떨어진 인근 도시로 등교시키는 실정이라고 자녀 교육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삼성이 대단위 기숙시설을 짓고 있지만 아파트 공급물량이 절대 부족한데다 문화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국철이나 고속철의 공사 지연 등 도로 인프라가 아직은 좋지 않아 서울까지 러시아워때는 3시간도 더 걸린다며 천안시와 정부 당국이 적극 나서 해결해야할 과제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만큼 천안은 아직은 미완의 도시라는 설명이다.
“천안의 LCD벨트 조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오래지 않아 세계 제일의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갖춘 삼성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이곳으로부터 웅지의 나래를 펴게 될 것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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