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shinsung@kier.re.kr
이라크 전후 복구를 비롯해 향후 전개될 중동지역의 석유자원 및 시장패권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석유자원 확보가 이번 이라크전쟁의 실질적인 배경이라는 분석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세계 석유매장량의 65%, 세계 석유거래량의 44%를 차지하는 중동지역의 석유자원을 장악하고 카스피해 석유 개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수행됐다는 이번 전쟁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상황을 돌아봐야 할 때가 지금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보면 2001년 발표된 국가에너지계획(National Energy Plan)의 핵심은 가까운 장래에 다가올 화석에너지의 공급부족사태에 대비한 알라스카 생태보존지역의 개발 및 석탄의 청정이용 확대 등 공급정책의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석유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인 반면 생산은 계속 줄어들어 미국의 경우 지금의 60% 수준인 수입의존율이 2020년 7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예상되는 심각한 공급불안과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대규모의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석유뿐 아니라 석탄·가스 등 에너지원의 수입의존율이 100%인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중동지역에서 하루 200만배럴 이상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가장 많이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일본(420만배럴), 미국(270만배럴)에 이어 3위가 바로 우리나라(180만배럴)다.
규모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이라크나 쿠웨이트 같은 산유국에서 수출하는 석유 전량을 들여오는 것과 같다. 그 어느 나라보다 중동지역의 석유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때 정부의 고위관리직 공무원이 중동 산유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이 최대 고객이니 원유가격을 15달러 이하로 내리라고 만용을 부린 웃지 못할 일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에너지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공급할 수 있는 일반 공산품의 하나일 뿐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현재 상당량의 전략적 석유 비축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3월에는 국제에너지기구(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정식회원으로 가입했다. 단기적인 공급차질에 대한 대책은 어느 정도 갖춰진 셈이다. 장기적인 대책으로 세운 석유의존도 축소, 공급선 다변화 및 에너지 다원화, 자원 개발, 자원 외교, 국제협력 등 에너지정책도 그동안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들 정책 대부분은 이제 한계에 달해 더이상 축소하거나 다변화·다원화할 수 있는 여지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은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는 ‘신에너지 개발(수소에너지·연료전지·태양전지·에너지 신소재 등)’과 ‘고효율·지속가능 사회 구축’을 들 수 있다.
미래 에너지의 총아로 부상하고 있는 이런 신에너지는 미래 세계 에너지시장을 송두리째 바꾸는 새로운 시대를 창출하고, 세계시장을 석권할 새로운 도전인 것이다. 또한 이들은 ‘지속가능발전’을 가능케 하는 환경친화적이며 무궁한 에너지원으로 실로 ‘약속된 기술(Promising Technologies)’이 라 할 수 있다.
선진국들은 이들 기술이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요소라고 보고 집중적인 기술 개발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6T분야 중 에너지기술의 R&D에 고작 전체의 1.6%만을 투자하고 있다. 분명 잘못된 현실이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계획과 실천이 ‘따로 노는’ 기술개발체제로는 안된다.
현재 진행 중인 ‘에너지기술개발 10개년 계획’의 보완·수정작업에 나름대로 기대를 걸어본다. 이라크전쟁과 에너지기술 개발은 실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