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 기자의 증시 레이더]매수차익잔고, 양날의 칼

 매수차익 잔고가 1조원을 상회, 매물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조원에 달하는 매수차익 잔고가 매물로 나올 경우 620선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국내 증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8일 현재 매수차익 잔고는 대략 1조700억원에 달한다. 21일 프로그램 매수를 통해 들어온 주식매입 금액을 포함할 경우 잔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수차익 잔고가 1조원을 상회한 것은 이달 7일부터 21일까지 단 이틀을 제외하고 베이시스가 콘탱고(현물보다 선물이 고평가되는 것) 상태를 유지하면서 현물시장에서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베이시스가 콘탱고 상태라는 것은 고평가된 선물을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현물을 프로그램 매매 방식을 통해 매수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렇게 유입된 매수세는 언젠가는 청산돼야 하기 때문에 증시에 매물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증시의 변동성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매수차익 잔고가 1조원을 넘은 경우는 모두 4번 이었다. 2000년 1월경 한달이 넘는 기간 매수차익 잔고가 1조원대를 유지하면서 역사적 최고치인 1조4000억원을 기록했고 2000년 8월경에도 1조원 내외의 매수차익 잔고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우증권은 매수차익 잔고가 1조원을 상회했던 당시의 주가를 비교한 결과 매수차익 잔고의 증가가 주가상승을 견인했지만 일단 1조원을 넘어서면서 상승이 제한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2000년 이후 매수차익 잔고의 역사적 고점이 1조4300억원인 점을 감안, 현재 그 수준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콘탱고 상태에서도 간헐적으로 매수차익 잔고물량이 청산될 수 있다는 게 대우측의 분석이다. 한동안 증시를 견인했던 매수차익 잔고는 언젠가는 청산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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