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HFC)망 기반의 차세대융합네트워크(NGcN) 구축은 기존 통신·방송산업 구도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통신·방송 융합 추세가 한층 가속화되고 셋톱박스·초고속케이블모뎀·콘텐츠 등 후방 산업도 새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왜 HFC인가=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HFC망이 널리 보급돼 있다. 전 가구의 80%인 1100만명에 이른다. 반면 광통신망(FTTH)은 일반 아파트와 댁내 진입이 어렵다. 설치비가 저렴해 HFC의 가격경쟁력은 우위에 있다. 성능이 문제이나 3∼4년후 수 급의 케이블모뎀을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능에서도 xDSL망을 능가할 수 있으며 정보격차 해소 정책과도 부합한다.
정부는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통신·방송 융합서비스 조기 보급이 가능하고 덩달아 NGcN 구축도 앞당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후발 통신사업자들의 입지도 공고해질 수 있다. 파워콤은 통신사업자 가운데 HFC망에 절대 우위에 있다.
◇워크숍의 결론도 HFC망=정부와 민·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케이블 기반의 NGcN 구축 전략 기획팀’이 지난주 가진 워크숍에서도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망 분과에선 HFC망의 우위를 입증했으며 콘텐츠 분과에선 각종 통신·방송 융합서비스가 용이하다고 판단했다. 단말기 분과에선 가입자 기반 확대를 위한 셋톱박스 조기 보급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고 초고속 케이블모뎀, 케이블모뎀과 셋톱박스 통합 제품을 개발하자는 논의가 이어졌다.
콘텐츠 분과에 참석한 성기현 씨앤앰커뮤니케이션 상무는 “케이블망이 NGcN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특히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방산업계 반응=케이블TV 업계는 HTC망 기반의 NGcN이 완성되면 국가 통합망을 중심으로 복수SO(MSO)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소 SO들의 디지털 전환의 걸림돌도 대거 해소될 것으로 관측했다.
지역별로 흩어진 군소 SO들은 수도권 중심의 디지털미디어센터(DMC)와의 연계가 쉽지 않았다. 비용과 광케이블망 가설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이 HFC망으로 단일화되면 이러한 문제가 해소된다. 통합망 위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SO간 통합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가전업계 역시 디지털 셋톱박스의 대규모 조기 공급에 기대를 거는 표정이다.
◇과제와 전망=케이블TV망으로만 새로운 NGcN 구축이 과연 가능하냐는 문제가 있다. HFC망을 고도화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한데 파워콤 등이 투자 여력이 없는 게 걸림돌이다. 또한 셋톱박스를 300만∼500만대까지 전국에 조기 보급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3조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셋톱박스 보급 예산확보도 쉽지 않다. 통신과 방송 정책의 영역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KT가 깔아놓은 광통신망과의 연계 부문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케이블TV망으로만 가는 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하면서도 “현재로선 뚜렷한 대책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통신·방송 융합서비스를 실현하는 데 기존의 광통신망이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기존 망과 서로 조화를 이뤄나가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정통부가 디지털방송을 성장 동력으로 정했고 T거번먼트 실현을 내세워 그 접점에 있는 HFC망이 차세대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관측이다. 정통부는 음성통신의 전화, 이동통신의 CDMA, 데이터통신의 초고속인터넷에 이어 멀티미디어통신을 NGcN으로 구현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데 그 첫단추를 꿰고 있는 셈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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