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슈퍼파워와 소프트파워

◆국제기획부 이재구 부장 jklee@etnews.co.kr

 2001년 9월 11일의 뉴욕테러 사태는 미국을 잠에서 깨웠다.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세계최강이라는 미국은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결국 대이라크전을 통해 수도를 함락시키면서 미국의 슈퍼파워를 충분히 과시했고 이제는 전후복구사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진주만식 센티멘털리즘에 빠져있다가 당한 9·11테러에 대한 자존심을 회복해가고 있는 듯하다. 굳이 말하자면 이번 전쟁은 대테러전쟁이다. 미국은 진주만 공습사태를 2차대전에 참전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후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했다. 이번 이라크전은 또한 경제 회복을 동시에 노리는 전쟁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발견한 ‘맥도널드햄버거가 진출한 나라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글로벌화 이론(‘골드아치’ 이론)도 막을 내렸다. 미국은 수년째 침체를 보이고 있는 불경기를 이번 전쟁에서 털어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이번 전쟁을 통해 보아야 할 중요한 대목 중 하나는 슈퍼파워인 미국이 갖고 있는 소프트파워일 것이다. 전후 복구가 본격화되면 CDMA 혹은 GSM을 도입한 무선통신망이 구축될 것이다. 또 미국 군인이 진주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등 제분야에서 미국식 사고와 가치관이 이라크에 전달될 것이다.

 소프트파워는 폭력과 섹스 소비 등으로 대변되는 문화외에 IT에 기반한 정보 자본기술의 이동에 대한 개방된 마인드로도 나타난다. 퀄컴이 상징하듯 기술을 무기로 클 수 있다는 벤처마인드, 즉 IT분야에서의 소프트파워를 갖고 있는 기업들의 약진가능성이 그 이면에 깔려 있다.

 최근 외신에 보도됐듯 이라크전에서 빛을 본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은 슈퍼파워의 그늘에서 힘을 축적해 온 소프트파워 기업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전쟁을 찬미하거나 예찬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화 시대속에서 이미 시작된 전쟁은 전세계 모든 국가 모든 기업에 여러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전쟁에서도 미국은 군사 외교력을 갖춘 국가이자 소프트파워에 기반한 슈퍼파워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진대제 정통부장관은 IT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정책을 밝혔다. 특히 현행 창업지원제도를 정비해 성장 유망기업 중심으로 집중 지원하고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가뜩이나 위축된 벤처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프리드먼은 그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란 저서에서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최고의 에너지 수출국’이란 표현을 썼다. 그 에너지란 세계최고의 IT·전자기술을 생산해 내는 벤처기업을 일컫는 말이었다.

 정부가 건실한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현행 제도를 고쳐 유망벤처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벤처들의 전반적 위축을 가져와서는 곤란하다.

 디지털TV, 포스트PC, 융·복합기기 및 배터리 등 9개 핵심 분야를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은 분명하지만 그 바탕을 지탱해 줄 중소벤처기업들이 설 자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프트파워 육성의 자양분인 벤처에 대해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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