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부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한컴, 나모인터랙티브 등 국내 소프트웨어 대표주자들이 경영권 분쟁으로 연일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일 나모인터랙티브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는 때 아닌 고함과 맞고함이 오가는 한바탕 촌극까지 연출했다.
대주주와 우리사주조합원들의 퇴진 요구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선 박흥호 사장측이 간담회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던 도중 직원 일부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소속 대여섯명이 우르르 간담회장에 진입해 방청을 주장하면서 양방간 입씨름이 벌어졌던 것.
이에 앞서 열린 지난주 주총에서도 이미 양측은 의사 진행 과정을 두고 옥신각신하다 의자를 던지며 육탄전을 벌여 주주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주 주총만큼은 아니었지만 또 한번 난장판이 벌어진 이날 간담회 소동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단면이었다.
박흥호 사장 등 현 경영진은 대주주와 돈에 눈이 어두운 일부 직원이 이제는 사기꾼들에게 회사를 팔아 넘기려고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는 비대위대로 경영보다는 돈놀이에 치중해 온 박 사장측이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회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경영진과 직원은 없었고 적군과 아군만이 존재하는 자리였다.
회사를 대표해 자리에 참석했던 팀장급 개발자들은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했고 경영진이 비대위측을 막아서며 삿대질과 함께 언성을 높이는 장면에서는 아예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었다. 한때 동고동락하며 회사를 이끌어 온 동료와 상사가 이제는 ‘새빨간 거짓말쟁이’와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둔갑한 암담한 현실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
머니게임과 모럴해저드가 빚어낸 한국 소프트웨어업계의 우울한 현주소가 묵묵히 일해 온 개발자들의 참담한 표정에 그대로 투영되면서 소프트웨어강국을 꿈꿔 온 우리 모두의 희망도 함께 사그라지는 슬픈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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